한국일보

가짜 인생, 가짜 마음

2019-11-22 (금) 민병임 논설위원
크게 작게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 SNS 대중화는 가짜 뉴스를 양산, 잘못된 정보는 날로 극성스럽고 비열하고 험악해지고 있다.
카톡이나 유튜브를 통한 한국 뉴스들을 보면 가짜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선동적인 제목에 이끌려 보다보면 진짜인가 하는 마음도 드는 것이, 얼마나 그럴 듯한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어렵다.
최근 우리가 사는 미국에서도 한인여성이 가짜 학위와 경력으로 큰 사고를 쳤다. 고위직인 국무부 분쟁안정국 부차관보 자리까지 올라간 버지니아 출신 한인2세 미나 장(35)은 국무부 웹사이트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이라 했다, 하지만 하버드대 7주 단기과정 수료가 전부.
‘타임’ 지 표지 얼굴은 친구들이 한 예술가에게 부탁해 만들어진 것이란다.
드라마 주인공이 무색할 만큼 대담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스캔들은 전문적 자질이 부족하거나 도덕적 기준이 미만인 자, 또는 이 두 가지에 다 해당하는 자들로 행정부를 채워온 사기꾼 트럼프 행정부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기고문을 통해 비난했다. 결국 학력 및 경력 위조 의혹으로 18일 미나 장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일부 한인들의 맹목적 학벌과 간판 우선주의 폐단이 드디어 미국까지 오염시켜서 자랑스런 2세라고 치켜세웠던 우리들을 무색케 만들었다.

불과 몇 년 전 가짜 천재 한인소녀가 전 미국을 흔든 적도 있다. 버지니아주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에 다닌 18세 여고생은 명문 스탠포드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 동시 진학하여 두 대학을 2년씩 번갈아 가며 다닌다고 했다. 그러자 하버드 대학 공보담당자가 김양의 가족이 제시한 합격통지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도 미 주류사회가 한인사회의 학벌 중심 부모의 과도한 압박과 10대의 비현실적인 기대를 지적,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자꾸만 한인사회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어서는 안된다.


한인들 중에도 가짜 학벌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이도 있다. 시골 오지 대학 출신이지만 서울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는 이, 일류기업 출신이라고 이력서에 거짓 정보 올리는 이, 자신이 대학 교수였다는 이, 참으로 많은 가짜들이 있다.

그런데 자영업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에게 학벌이, 직장 경력이 무슨 소용인가? 델리에서 커피 한 잔 더 팔고 세탁소에서 세탁물 하나 더 받는데 학벌이 무슨 소용? 성실하게 일하고 봉사활동도 소소히 하면서 사는데 화려한 과거사가 무슨 필요?
하지만 사람들은 가짜의 바람풍선에 혹하기도 한다. 우리가 진짜와 가짜의 홍수 속에 익사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짜 뉴스를 판별하려면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인터넷 주소와 자료 출처를 확인하고 맞춤법이나 문장이 어색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사진도 면밀히 살피고 날자와 주장의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관련된 다른 뉴스도 함께 보아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뉴스에 흔들리지 말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살면서 가짜 마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가짜 미소는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나 진짜 미소는 짧다. 가짜 미소는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대뇌의 명령을 따르기 때문. 또 가짜 미소는 일부러 의식하며 짓느라 비대칭을 이루다가 갑자기 중단된다. 진짜 미소는 서서히 사라지는 반면 갑자기 사라지는 가짜 미소는 무섭다.

진짜 미소는 눈이 가늘어지고 입은 커지지만 가짜 미소는 입 주위만 움직인다.
만일 상대방이 가짜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 더 이상 속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다. 인생은 짧다. 좋은 사람과 정을 나누기도 바쁘다. 옳은 것, 진짜를 지키려는 강한 마음은 자기를 지키는 용기이기도 하다.
당신은 진짜인가?

<민병임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