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인간이 쓰는 도구 가운데 가장 단순하면서도 요긴하게, 그리고 자주 쓰이는 것이 젓가락이 아닌가 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하루에 한 두 번은 손에 잡는 젓가락,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젓가락 없이 음식문화를 이야기 할 수 없다.
젓가락이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중국에서 기원 전 12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제 젓가락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젓가락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중, 일 세 나라는 모두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크기와 모양은 각기 다르다. 한국의 젓가락은 길이가 어른의 한 뼘보다 약간 길고 은, 놋쇠, 스테인레스스틸 등 주로 금속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 젓가락의 손잡이 부분에는 수(壽), 복(福) 등 행운을 비는 글자가 새겨져 있기도 하다.
‘콰이저’라 불리우는 중국의 젓가락은 한국 것 보다 길이가 길며 재질은 주로 나무나 대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에 따라 될 수 있는 대로 열과 기름에서 멀리 떨어져서 음식을 집을 수 있도록 길게 만들어져 있다.
‘하시’ 라고 부르는 일본 젓가락은 한국 것보다 길이는 짧고 끝은 날카롭게 되어있다. 재질은 나무에 락카 칠을 한 것이 많으며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인들이라 생선 가시를 골라내기 좋도록 끝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젓가락은 일단 한번 사용법을 익히고 난 후엔 포크가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서양의 포크는 서너 갈래의 날들이 고정되어있어 음식을 찔러서 들어 올리는 기능 밖에 없지만 젓가락은 음식에 생채기를 내지 않으면서도 집고, 나누고, 고르고 들어 올리는 등 작은 로봇 팔처럼 자유 자재로 움직인다.
또한 포크는 집어 올리는 음식의 양을 정확하게 조절하기가 어렵지만 젓가락은 쌀 한 톨에서 부터 큰 음식 덩어리까지 원하는 양만큼 정확하게 음식을 집어올릴 수 있다.
미국 생활에서 매일 같이 날아드는 우편물 봉투를 열 때도 쇠젓가락 한 짝을 사용하면 깔끔하게 열 수 잇다. 젓가락이 레터오프너가 된 것이다.
부부처럼 늘 두 개가 함께 사이 좋게 일 하는 젓가락,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요긴하기 짝이 없는 젓가락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사람들의 친한 벗으로 늘 가까이 있을 것이다. 고맙다 젓가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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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