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를 따르라’

2019-11-21 (목) 신응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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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르라(Nachfolge) 는 독일의 루터교 목사이며 예수의 충실한 제자였던, 디트리히 본훼퍼(Dietrich Bonhoeffer)가 1937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제목이다. 또한 그 제목은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 잡던 시몬 베드로를 향해 고기 낚는 어부 일 내려놓고, 나와 함께 사람 낚는 일을 하자며,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한 말이다.
본 훼퍼는 히틀러를 ‘인류를 버스에 태우고, 사망의 길로 돌진하는 미친 운전수’ 에 비유하며, 그를 속히 운전석에서 끌어내야 한다며, 행동하는 암살단의 한 일원으로 활동하다 1945년 죽음을 당한 사회정의를 추구하던 신학자며 목사였다. 그는 예수의 ‘사랑’을 인류애적 큰 스펙트럼으로 보았을 것이다.
본 훼퍼는 그의 책 서두에 ‘값싼 은혜란 기독교의 숙적이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값비싼 은혜를 얻기 위한 투쟁이다.’ 라며, 가식적인 기회주의 교회에 던지고 싶은 말로 장을 열었다. 즉, 모든 세계의 교회를 향해 통렬한 말로 비판을 시작했다.
즉, 값싼 은혜란 죄 값을 지불치 않는 쉬운 용서, 쉽게 나눠주는 위로, 진정한 고뇌 없이 베푸는 성찬, 무한정 쏟아내는 축복, 대가나 희생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회개를 의미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의를 따르지 않고, 거저 주는 은혜로 만족하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값싼 은혜의 무분별한 유통은, 하나님의 자녀를 의롭다 하는 것이 아니요, 죄 자체를 의롭다 하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기독교를 믿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현재의 개신교 교회의 실상과 현주소는 어디인가?

대부분의 교인들은 교회의 비리와 정해진 룰을 어기며, 끌고 가는 장기 집권 목회자의 독단적인 교회운영을 목격하고도, 비판은 교회에 상처와 분란을 일으키는 일이니 자제하자, 용서하고 사랑하자, 불의에 대한 심판은 하나님의 몫이니 그에 맡기고 기다리자, 라는 비이성적이고 무책임한 입장을 견지한다. 그들은 무책임하며 위선적 영성에 갇힌 자들이다.

교회에 진정으로 독이 되는 것은, 위선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바로 비판의 원인을 제공하는 불법과 불공정, 반칙과 편법을 아무런 부끄럼 없이 자행하는 목회자들, 종신 사제직을 움켜쥐고 변화를 거부하는 일부 한인 교회 운영 시스템이다.


교회는 스스로 자정의 능력을 상실한 불구의 상태로 가고 있다. 각종 재정에 관련해서 비공개로 일관하며, 자행되는 잘못된 방법을 임시방편으로 덮고 간다. 이렇게 외면하고 가다가는 마침내 때를 놓쳐 되돌아가지 못할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본 훼퍼와 같이, 이제 우리는 교회에 유폐된 예수를 구출해 내야 한다. 값싼 은혜를 간구하는 거짓 영성과 싸워야 한다. 돌들이 일어나 소리를 치듯이, 순종으로 맹종으로 눈먼 자 같고 벙어리 같은 평신도 양 떼들이 일어서야 한다. 구별된 삶을 살기로 약속한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켜가는 성숙한 신자의 삶 그리고 진정한 교회의 본질의 부활을 위한 깊은 회개와 성찰이 절실한 때이다.

<신응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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