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유의 쉼을 얻은 영혼들

2019-11-12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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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앨라배마주 수도 몽고메리시에는 린치 (lynching, 사람의 목에 줄을 묵어 나무에 매달아 죽게하는 범법행위)당한 흑인들을 기념하는 ‘Equal Jus tice Initiative Memorial (평등한 정의 계획기념관)’이 작년에 세워졌다. 

오래 전 무자비하게 흑인의 귀한 생명을 앗아간 린치의 이유는 황당무계 하였다.

흑인남성과 백인여성의 결혼을 주례하였다 하여, 흑인들이 투표를 할 수 있게 도왔다하여, 이웃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백인을 경찰에 보고하겠다고 했다하여, 백인의 우물에서 물을 마셨다하여, 백인소녀에게 겁을 주었다하여, 백인동네를 잠시 걸었다하여, 자신의 딸을 욕보인 백인범인이 체포되게 도왔다하여, 개인 소유의 땅을 무료로 백인에게 넘겨주지 않았다하여, 백인가게 주인이 흑인손님에게 판매거부함을 불평하였다하여, 백인소년과 싸운  아들이 린치 당할까 보호하였다하여, 부인이 백인이라하여, 백인여성에게 좋지 않은 말을 건넸다하여 등등… 


넓고 파란 잔디밭 뒤 나지막한 언덕 위에 린치 당한 시신들을 상징하는 거대하고 수많은 네모난 쇠기둥들이 질서 정연하게 걸려 있었다.  

각 기둥의 표면 윗쪽에는 주 이름과 카운티 이름이, 아랫쪽에는 그 지역 피해자들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사실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감정을 조정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이웃을 선동하여 무고한 흑인들을 나무에 매달고, 돌팔매질과 뭇매를 가하며, 총을 쏘고, 목숨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불에 태우기도하며  잔인무도하게 목숨을 앗아간 백인들. 
뒤늦었지만, 그렇게 당한 억울한 생명들을 기억하며, 인종간의 평화를 위해 용감하고 정의로운 투쟁을 결단하려 몸부림치는 성스러운 기념관이다.  

쇠기둥사이를 거닐며 기둥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데 이제야 비로서 자유롭게 쉴 수 있는 피해영혼들의 움직임이라 느껴졌다.

1960년에 출판된 Harper Lee하퍼 리)의 유명한 소설 ‘To Kill a Mockingbird(앵무새 죽이기)’는 저자가 10살이던 1936년 자신이 살던 앨러배마 주의 작은 마을 Monro eville(먼로빌)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소설화한 것이다.

그레고리 팩(Gregory Peck )이 변호사 애디커스 휜치(Atti cus Finch)역할을 맡아 당시 화제를 뿌린 이 영화 역시 클래식이 되었다. 소설의 내용처럼 백인들의 거짓증언에 의하여 살인죄로 실형을 받아 무기형이나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학대를 당하다 목숨을 잃어간 흑인들의 숫자는 부지기수에 이르렀다. 

링컨 대통령에 의해 노예제도폐지로 흑인박해가 끝이 난듯 했으나, 이렇게 모양새만 바꾸어 지속되었던 인종차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유색인종에 대한 제도적인 차별은 여전히 그들을 고난과 고통 속으로 몰아 가고 있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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