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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2019-11-12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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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것은 고마워한다는 것이다’

고맙다(Thank)와 생각하다(Think)는 같은 어원에서 유래했다. 영어단어 Thank의 어원은 고마움을 전한다는 뜻을 지닌 고대영어 ‘pancian’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pancian’의 뿌리인 ‘panc’는 생각하다라는 뜻을 지닌 Think의 어원이다. 따라서 Thank와 Think의 어원 뿌리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실로 깊이 생각하면(Think) 깊이 고마워(ThanK) 할 수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조금만 생각하면 고마워할 일이 참으로 많이 있는 셈이다.


우리는 흔히 고마운 마음을 전할 때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라고 표현한다. 어떤이는 ‘감사합니다’는 ‘고맙습니다’ 보다 더 격식을 갖춘 공손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감사합니다’가 더 정중한 표현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심지어 ‘고맙습니다’를 건방진 표현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감사합니다’는 ‘고맙습니다’의 예의 바른 표현이 아니다. ‘고맙습니다’가 건방진 표현이란 생각 역시 결코 아니다. 이 둘은 같은 무게를 가진, 같은 뜻의 말일 뿐이다.
그럼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의 차이는 뭘까?

‘감사(感謝)합니다’는 한자말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고맙다는 표현을 할 때 ‘감사(感謝)’의 사(謝)를 그대로 써 씨에씨에(謝謝)라고 한다. ‘깐시에(感謝)'라는 말도 쓴다. 감사하다는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의 한자표현인 셈이다.

이와 달리, ‘고맙습니다’는 우리 토박이 말이다. 고맙다는 ‘남이 베풀어 준 은혜나 신세를 입어 마음이 즐겁고 흐뭇하다’는 뜻을 지닌 형용사다. ‘고맙다’의 어근인 ‘고마’는 ‘신(神), 존경(尊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맙습니다’가 ‘신과 같이 존귀하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이다. 고맙다는 말은 고마운 느낌을 표현하는 순수혈통의 우리말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감사합니다’를 예의 바른 표현, ‘고맙습니다’를 건방진 표현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는 예전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의 높인 말을 ‘부친, 모친’이라 하던 것과 같이 한자표현을 높임말로 이해한데 따른 편견 때문이다. 감사하다를 고맙다의 높임말로 인식하는 것은 봉건시대의 잔재인 셈이다.

물론,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는 모두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는데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감사합니다’를 사용하지 말고 ‘고맙습니다’만을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감사합니다’가 ‘고맙습니다’ 보다 더 격식을 갖춘 공손하고 예의바른 표현이라는 생각을 지금부터 확실히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우리의 고유어인 ‘고맙습니다’를 살려 쓰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랜 편견으로 인해 ‘고맙습니다’를 처음 쓸 때는 상대방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주 쓰다보면 그런 느낌은 사라진다. 감사합니다라는 표현보다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질 게다.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 바로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일 것이다. 아무리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이들이라도 최소한 몇 번을 표현했을 것이다. 그만큼 흔한 인사말이지만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여튼 감사하다는 한자표현이고 고맙다는 순수혈통의 순우리말인 만큼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

필자가 한국일보에서 신문사 밥을 먹은지 어느덧 28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신문사 생활을 통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아직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벗과 지인들도 있다. 그 모두가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경영진과 선배들, 동료들 그리고 후배들 역시 고맙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신문사 다니는 자식을 자랑스러워한 90세의 노모, 묵묵히 남편 뒷바라지를 한 아내와 잘 자라준 두 딸이 고맙다. 약 30년 동안 수 많은 사람을 만남으로써 ‘그러니까, 그럼에도, 그럴수록, 그것까지’ 고마움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스스로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이젠, 지금까지 함께한 모든 인연들에게 지면으로나마 ‘고맙습니다’로 작별을 대신한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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