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권주의

2019-11-11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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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마크론 외무장관과 인도의 모디 외무가 뉴델리에서 회의를 갖고 “인도양과 태평양에서의 패권을 세계 어느 나라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프랑스와 인도가 태평양과 인도양에 소유하고 있는 모든 군사기지를 서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법 조항도 만들었다. 이것은 중국 시징핑의 팽창적인 대외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한 엄연한 항거인 것이다. 인도는 “프랑스는 우리의 유일한 유럽 파트너이다.”고 선언함으로써 인도와 프랑스가 군사 면에서 제휴함을 분명히 하였다. 지금 세계는 눈부시게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패권을 장악한다.” “누가 패권을 쥐었다.”는 등 패권이란 말은 흔히 쓰는 말이고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문자이다. 한자로는 무척 어려운 말을 쓰는데 ‘으뜸 패(覇)’, ‘권세 권(權)을 쓰며, 그 뜻은 승자의 권력을 의미한다. 힘으로 이긴 자가 가지는 권세를 가리키는 말이다. ’패권주의‘란 말은 1968년에 중국 신화사(新華社) 통신이 처음으로 쓴 말이라고 한다. 소위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세계 지배 움직임을 비판하여 사용한 언어이다. 1972년에 미국과 중국이 서로 침략하지 않는다는 공동성명을 냈는데 이 성명에서 사용한 영어의 Hegemony를 중국 신문들은 ’패권주의‘로 번역하였다.

소위 ‘삼김(三金) 시대’를 ‘지역패권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김 영삼, 김 대중, 김 종필이 영남 호남 충청이라는 지역을 세력권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패권주의에 연루된 정치 용어 하나를 소개하면 패도(覇道)란 말이 있는데 힘으로 다스리는 것을 뜻하며, 비슷한 말로 왕도(王道)란 용어는 의(義)로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고대에 강국으로 알려진 나라들은 대개가 패도를 일삼은 나라들이다.


패권주의와 비슷한 말이 제국(帝國)주의이다. 강대국이 약소국이나 미개척지를 침략하여 자기의 영토로 만든 것이 제국주의이다. 최근 우리 민족에게 가장 심한 상처를 준 것이 일본 제국주의였다. 일본 제국주의는 한국 대만을 삼키고 중국의 절반과 남태평양의 섬들까지에 손을 뻗쳤었다. 제국주의의 역사는 매우 오래다. 대 로마는 제국주의 정책을 펴서 이민족(異民族)들을 침략해 나갔다. 프랑스의 나폴레온 1세와 3세도 제국주의자였다. 그들은 유럽 전체를 지배하려는 팽창주의를 폈다.

그렇지만 제국주의자들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졌다. 힘으로 정복한 식민지에서 얻은 이익보다 식민지를 경영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에 침몰된 것이다.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은 아프리카인을 잡아다가 아메리카의 식민지 농장에서 노예로 부려먹었다. 아프리카인은 인간 이하의 짐승이나 괴물 취급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은 마음속으로 굴복하지 않았으며 현재는 그 모두가 독립 국가를 형성하여 백인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제국주의는 결코 이기지 못한다. 힘은 권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중에게 있기 때문이다.

패권주의와 유사한 것으로 전체주의가 있다. 국가나 집단의 전체를 개인 보다 우위에 놓는 사상이다.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개인은 전체의 존립과 수단으로서만 존재한다. 극우 세력과 극좌 세력이 모두 전체주의에 해당된다. 북한의 체제가 전체주의라고 볼 수 있다. 전체주의의 시작은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들이 이 말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 모두가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사상들이다. 거기에 비하여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믿으며, 국민을 위하여 국민이 정치를 집행하는 제도이고,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나라의 정책이 국민의 투표에 의하여 결정되는 제도이며, 시민의 권리를 우선적인 위치에 놓는 정치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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