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을 버텨야 봄을 맞이한다

2019-11-09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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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잎사귀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다. 늦가을의 햇살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갈라져 내리고 있고 우리는 매년 돌아오는 겨울을 맞이해야 한다. 눈이 오고 세찬 겨울 바람이 불고 꽁꽁 얼어붙은 세상을 보면 인간들만 살아있고 모든 것이 죽은 듯 고요하다. 그렇다. 여름과 가을 내내 울던 풀밭의 이름 모를 생명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들한들 춤추던 풀잎도 사라지고 울긋불긋 미소짓던 꽃들도 없는 고독의 계절이 겨울이다. 그러나 죽음의 계절 같은 겨울에 모든 생명체들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다 땅속에서 그렇게 봄을 준비하고 있다.

계절의 겨울과 같은 절대절명의 시기, 스스로를 잘 보존하고 봄을 기다리듯이 끝까지 버티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면 따뜻한 봄날에 다시 숨을 쉬게 되고 마침내 여름의 시기를 만난 것처럼 스스로 강대해 진다. 그러나 겨울의 계절에 살아 남는 생명체가 소수 이듯이 겨울은 생존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버티고 생존하는 생명체가 봄을 맞듯이 어떤 어려움에도 스스로를 보존하고 버티는 사람과 국가만이 새로운 발전과 번영의 시대를 맞이 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이민자들에게 겨울과 같은 시기이다. 서류 미비 이민자들은 합법적으로 일할 수도 없다. 아주 작은 문제에도 공권력이 개입되면 가족들과 이별해야 하는 추방의 공포에 떨어야 한다. 병이 나도 함부로 병원에 갈수가 없다. 합법적인 이민자들로 예전에 없었던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유색인종 이민자들은 사소한 문제에도 너희 나라로 돌아가리라는 말을 듣는다.


이민 수속 중에 있는 이민자들 역시 의료 보험이나 사소한 실수에도 공권력의 개입으로 인해서 이민국으로부터 신분 변경이 거부당할까 봐 스트레스를 받고있다. 뿐만 아니라 이민자 커뮤니티는 일을 할 일손을 구할 수가 없는 처지다. 점점 이민자 커뮤니티가 쫄아들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역사를 보면 미국은 늘 이런 반이민의 시대가 있었다. 마치도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이민자들에게 겨울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 겨울의 시대를 겪은 이민자들은 버티고 생존하여 더욱더 강한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미국 사회에 당당한 세력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다인종 다민족 연합 사회다. 그래서 어려운 시기가 오면 늘 약한 커뮤니티가 따돌림을 당했다. 인류가 아직 인종과 민족의 벽을 넘어서 모두가 한 인류라는 폭넓은 휴머니즘을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지만 이런 것을 이용해서 특정 세력의 정치적인 결집을 만들어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거기에는 늘 있었다.

중원의 옛 선현인 순자가 쓴 왕제편에 의하면 말이 수레에 놀라서 수레에 탄 사람은 편안 할 수 없듯이 백성이 평온해야 군주가 평안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어지럽히는 군주는 있어도 어지러운 나라는 없다고 하면서 현명한 군주는 인재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어리석은 군주는 세불리기에만 몰두한다고 했다. 이 말은 국민들이 평안해야 정치인들도 정치를 평안하게 하는데 인재를 등용하지 않고 자신의 사사로운 권력을 위하여 국민을 분열시키고 자기 지지세력만 결집 시키려고 한다면 나라는 더욱더 어지러워 질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 미국의 정치가 참으로 혼란스럽다. 이럴 때마다 피해를 입는 쪽은 소수계이고 힘없는 서민과 이민자들이 된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시대를 기약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결정하는 주체는 바로 미국의 시민들이다. 2020 미국은 대통령, 30여명의 연방 상원의원, 435명의 연방하원의원, 30여명의 주지사를 새로 선출하는 새로운 시대를 희망할 수 있는 해이다. 미주 한인들은 소수중의 소수이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될 주권행사를 지금 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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