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9 뉴욕마라톤을 보면서

2019-11-07 (목)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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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국제적인 대행사인 2019년 뉴욕 마라톤대회가 11월 3일 끝났다. 화창한 가을 날씨에 연도에 꽉 메운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일착으로 들어온 선수는 남녀 모두 케냐 선수들로 남자부의 지오프리 캄워러(26)와 여자부의 젭코스케이(25), 그리고 뒤이은 우승자들은 에티오피아인들이다. 모두 아프리카에서 온 마라토너들이 매년 톱을 차지한다.

나는 뉴욕마라톤을 열심히 관람한다. 여러 해 전 우리 딸과 아들이 2번씩 참가해 뛸 때는 맨하탄 거리에서 통과 예정 지점에서 몇 시간씩 목을 길게 늘이고 지켜 섰다가 열렬히 응원했었다.

그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던지! 얼마 시간대로 마쳤는가 하는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완주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살이라곤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이 마른 체격, 그러나 발걸음을 뛸 때마다 움찔움찔 움직이는 캄워러의 근육질 몸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3년 전에 이미 뉴욕마라톤에서 우승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승리로 2번이상 이 대회에서 우승한 10명의 대열에 올랐다. 그는 케냐의 국기를 몸에 두르고 관중석을 향해 돌면서 환호하는 그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내며 악수를 나누는 여유를 보였다.

2시간 8분13초…비록 세계신기록을 세우진 못했지만 하나도 지친 기색 없이 숨차하지도 않은 의연한 모습이었다. 여자 1등 젭코스케이는 지난 3월 뉴욕의 하프 마라톤 우승자로 이번에 풀코스 마라톤에서 2시간 22분 38초의 기록을 세웠다. 참 대단한 기록이다.

편안한 삶, 가까운 거리도 차로 움직이고, 칼로리 높은 음식을 입맛 당기는대로 섭취하는 미국사람들은 비만증 내지 그 한계선에 있는 자가 50% 이상이라는 통계가 나와있다.

만일 이들이 이 마라톤에 참가했다면 아마 100m도 못가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을 거란 상상을 해보며, 선진국, 소위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처한 아이로니를 넘어 비극이란 생각조차 들었다.

참가 전까지 최상의 몸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일상에서 훈련과정으로 얼마나 혹독한 피땀 나는 노력을 했을까 상상해보면 절로 숙연해진다. 아마도 매일같이 수많은 마일을 들로 언덕으로 높은 산길로 뛰었을 것이다. 세상엔 끈질긴 노력이나 수고 없이 이루어 지는건 없다는 진리를 그들은 몸으로 그 정신으로 생생히 우리에게 웅변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승리의 면류관을 머리에 쓸 때까지 매일 지속되는 훈련, 인내력 그리고 극기의 삶을 산 이들이 한 없이 위대해 보인다. 인간 승리의 고귀한 모델이 된 이들에게 뉴욕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낌 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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