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마움 표현하기

2019-11-05 (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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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11월이다. 11월은 감사의 계절이라 한다. 감사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고마움은 은혜나 신세를 입어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는 표현이다. 말과 얼굴표정을 통해 베풀어준 호의에 마음이 기쁘다는 것을 전하는 행위이다. 고마워하는 마음을 받으면 자기 행위에 대해 상대로부터 기쁜 마음으로 보답 받았다고 여기게 되는 셈이다.

시인 T.S. 엘리엇은 오늘날 현대인은 텅빈사람과 가득한 사람이라 표현했다. 이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어야 할 믿음, 소망과 감사는 고갈되어 텅 비어버렸다는 의미다. 그대신에 물질만능주의, 쾌락주의, 극도의 이기주의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은 고마워하는 마음이 별로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맙습니다’라는 말보다는 서로 원망하고 불평하며 비판하고 상처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그렇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일과 사건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런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는 각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 비록 지금이 험한 환경이라지만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 이들보다 매사에 불평과 원망으로 사는 이들이 더 많음이 문제다. 탈무드의 격언처럼, 감사할 줄 모를 때 벌써 불행이라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서 잘못된 것에만 집착하다보면 계속 후회하게 된다. 이와 달리 감사한 것에 집중하면 삶을 즐거움으로 채울 수 있다. 고마워하는 마음은 매사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급받는 길이다. 고마워하는 마음은 정신과 신체적인 건강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찬송가 구절에서 감사는 영원이나 완성을 의미한다. 감사는 복음의 핵심이며 단순히 태도뿐만 아니라 삶의 미덕이다. 이슬람교의 성전 코란에서도 “감사하는 사람은 은총을 받을 것’이라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다.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감사하면 마음에 기쁨과 안정과 평안이 찾아들뿐 아니라 생각도 맑고 밝아지며 창의성마저 좋아지기 때문이다.

감사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감사를 자주 표현하는 사람은 관대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감사해하는 사람에게 더욱 친절을 베푼다. 서로 감사하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고마워하는 마음은 연대의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감사함을 표현하면 관계의 지속성이 길어진다. 타인과 함께 더 많은 시간도 보낸다. 서로 애정을 표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감사는 우리 마음을 건강하고 유익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삶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감사의 사전적 의미는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나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다. 돌아보면 우리의 삶에는 감사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부모가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부모는 아무런 조건없이 자녀들을 사랑해준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소원은 언제나 긍정과 축복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자라면서 삶의 지식과 지혜를 가르쳐준 선생님들도 고맙긴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전문지식을 아낌없이 물려준 선배들도 고맙다. 힘들때 곁에서 함께 한 친구와 지인들도 그렇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평생을 같이 살아가는 아내와 착하고 슬기롭게 자라는 두 딸들이 참으로 고맙게 여겨진다. 부모, 배우자, 자녀, 친구와 주위 모든 사람들을 향한 고마움들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깊이 묻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표현해야 한다고 하면 ‘그런 걸 꼭 말을 해야 하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꼭 말로 표현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작고 사소한 고마움을 말해야 큰 고마움도 표현할 수 있다. 성경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말한다. 모든 일에, 무슨 일에도 고마워하는 마음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사의 달인 11월뿐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며 서로서로 고마움을 표현하며 살아가야 겠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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