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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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의 양심

2019-11-04 (월)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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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좋은 재목으로 만드는 데 빠뜨릴 수 없는 과정은 ‘나무의 건조’다.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재목은 나무의 좋은 물성을 살리지 못하고 쉬이 부패한다. 근래 전 국민을 들끓게 한 광화문 현판과 남대문 보수 공사는 모두 ‘나무의 건조’와 관련된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화문 현판의 나무가 갈라진 것도, 남대문의 지붕 처마가 처지는 현상도 사전에 충분히 건조하지 않는 목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나무를 적절하게 건조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을 인내해야 한다.“

- 김민식의 ‘나무의 시간’ 중에서


베어 낸 나무를 목재로 쓰려면 건조의 시간이 필요하다. 건조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무는 본래의 거칠고 무질서한 성질을 순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된다. 나무에게 건조의 시간은 일종의 도약의 단계다. 건조의 시간을 빼앗으면, 나무는 제 몸을 속에서부터 비틀며 반항한다. 뒤틀림, 수축, 변형, 변색을 방지하려면 켜놓은 나무를 서늘한 그늘 밑에서 서서히 건조해야 한다.

집짓는 나무의 함수율은 18% 이하가 좋다. 가구의 함수율은 12% 이내가 최적이다. 건조의 방법도 인조건조보다 천연건조가 좋다. 벌채후 낙엽이 붙은 채로 산에서 자연건조한 나무는 최상급이다. 베어 낸 나무를 물위에 담가 말리는 수중건조는 방충, 방부효과가 커서 최고의 가구목재로 인정받는다.

80세까지의 모세는 충분히 건조되지 않은 나무였다. 모세의 성품은 거칠었고 들쑥날쑥했다. 다듬어지지 못한 민족주의 사상으로 사람을 죽이고, 미디안 광야로 도망쳤다. 그 후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을 고독한 목동으로 살았다. 놀랍게도 미디안 광야는 모세에게 최적의 천연건조장 이었다. 40년 건조의 기간이 끝나자 하나님은 모세에게 다시 찾아 오셨다. 충분히 건조된 모세는 새 사명을 부여받았고 탁월한 리더가 되었다.

지난 해 5월 어느 날 목재신문에 난 기사 중 일부분이다. “목재는 생물이기 때문에 습기에 의한 변형과 균열을 막기 위해 함수율 18% 이하로 건조된 인증제품을 써야 한다. 함수율의 기본을 제대로 지키는 시공자를 찾는 것이 화려한 마감재를 쓰는 것보다 100배는 중요하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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