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 하느님, 나에게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2019-10-31 (목)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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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서품을 받기 일년 전 부제 때 일이다. 교회사를 가르치는 몬시뇰 위스터가 우스개 소리로 빵집에 가서 손 함부로 휘두르지 말라고 왜냐하면 잘못돼서 축성이 되면 교회법 가르치는 콜만 신부가 가서 그 빵집에 빵들을 모두 다 사야 된다고 말이다.

물론 농담이지만 새 신부가 되고 나서도 가끔 혼자서 내 손을 들여 보며 스스로도 믿겨지지가 않을 때가 많다. 정말 내가 휘두르는 손에 그런 엄청난 힘이 나올까?

새 신부된 지 이틀 후인가 한국에서 찾아 온 조카와 형 내외와 함께 플로리다 디즈니랜드에 갔다. 바삐 오는 바람에 미사가방도 챙겨 오지를 않았다. 신부된 지 이틀이 됐는데 미사 해야지 그래서 차를 몰고 동네성당을 향해 사제관 문을 두드렸다. 미사를 드리게 해달라고 몇 개의 성당을 거쳐 겨우 젯병 몇 개와 포도주 조금을 얻었다. 그래서 혼자 미사를 드리는데 밀떡을 들고 포도주 잔을 들고 혼자서 드리는 미사에 나도 믿겨지지가 않는다. 아! 지금 이게 무엇인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교회가 나에게 무슨 힘을 주었는가?


고백성사 때 죄를 고백하고 진심으로 반성을 하는 이에게 손을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사죄경을 외운다. 그러면서 내가 외우는 사죄경속에 하느님의 구원과 한 인간의 죄가 사해진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들부들 떨리면서 믿겨지지가 않았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런 엄청난 힘이 있다니 교회가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나도 믿겨지지 않는다. 십자가와 고상을 갖고 와서 축성을 해 달라고 한다. 내가 하는 기도와 나의 손으로 이 물건들이 거룩하게 된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오! 하느님 당신이 나에게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가끔 스카이 다이빙을 가는데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이들이 비행기를 탈 때 나를 한 번씩 만지고 탄다. 나는 마치 행운이 오는 부적과 같다. 신부를 만지고 비행기를 타면 더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한번은 같이 비행기를 탄 스카이 다이버가 나와 함께 비행기를 타서 참 운이 좋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비행기 난간에 선 내 발은 오히려 부들부들 떨린다.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한 때 미국 교통경찰도 감히 신부에게 티켓을 주지를 못했다. 신부를 잡아서 티켓 주고 그것 참 마음이 편할까? 그날 잠이 잘 올까 말이다. 맨날 위험한 일을 하는 경찰들이 못할 것 같다. 내가 경찰이라도 신부에게는 티켓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신부는 참 특별히 성별된 존재이다. 거룩한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해 불리움을 받은 존재이다. 교회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주었는지 얼마나 고귀한 자리에 불리움을 받은 것인지 나도 믿겨지지가 않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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