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Gim 씨’

2019-10-29 (화)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크게 작게

▶ 기자의 눈

한국이름이 영어로 쓰일 때 성과 이름의 순서라든가, 정확한 발음이라든가 하다못해 남녀 구분까지 혼동이 된다. 특히 Lee, Chang, Song…. 이런 성은 과연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국적 가늠도 어렵다. 그러나  Kim이라고 되어 있으면 두말 할 것도 없이 한국인이다. 

그런데 김 씨의 공식적인 표기가 Gim이라는 것을, 김진규 남정임 출연의 ‘유정’을 생각하며 참석했던, 한국인 교수가 영어로 하는 이광수 소설 ‘재생’ 강의에서였다. 한국인 학생 미국인 학생이 반반쯤 섞인 NYU 클래스룸에 비춰주는 파워포인트에 이광수의 ‘이’를 Yi로, 또 김동인의 ‘김’을 Gim으로 쓰여있어서 무척 어색했다. 특히 Gim하면 당장 먹는 김이 생각난다. 예전에 아이들과 문자를 주고 받을 때, 김밥을 Gim Bob이라고 쓰곤 했었는데 요즘도 먹는 김은 Gim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을 본다. 

미국인  학생들은 이 강의에 나오는 이름 Gim, Yi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국친구와는 전혀 다른 라스트 네임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들이 알고 있는 한국인 성은 Kim, Lee이다. Gim은 듣도 보도 못했을 것 같았다. 왜 Kim을 Gim이라고 했냐고 강사에게 질문했더니, 답은 그것이 요즘 ‘Official한 표기라고해서,  아? 놀랐다.


정부발행 간행본을 뒤적여 봤다. 2016년도 ‘한국 해외문화홍보원(Korean Culture and Infor mation Service)’에서 나온 책자에는 이 씨는 Yi로 김 씨 Kim으로 명기되어 있었지만, 구글을 해보니 ‘국내 성씨 로마자 또는 영문 표기법’이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챠트가 나왔다. 그 표에는 Kim을 Gim으로 바꾼다고 되어 있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내가 이렇게 무식했다는 것에 또 놀랐다. 

그렇다면 지금 쓰이고 있는 99퍼센트의 Kim은 어떻게 되는건가? 미국 사는 한국인 이 씨는 98퍼센트가 Lee인데. 

1970년대 부터 한국은 지명이나 도로표지판 등 영문표기에 혼동을 일으켜 또 다시 바꾸고 또 바꾸어오고 있다. 한때 서양을 휩쓸었던 노래가  Kangnam Style이냐 Gangnam Style 이냐 등, 주로 ㄱ, ㄷ 발음이 문제가 되지만, 야 여 유 모음도 영어 표기가 무척 복잡하다. 2004년에는 ‘고구려’를 Goguryeo, 또는 Koguryo 병행표기로 확정했다고도 했다. 확정? 그럼 Kokuryeo, Goguryo는 안 되는가.

지명은 그렇다고 해도, 이름 표기가 심각하다. 우리는 조상으로 받은 성씨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오랜동안 써온 Kim을 왜 Gim으로 바꾼건지.

G가 꼭 ㄱ 발음이 나는 건 아니다, 많은 경우 Giant, Gentle, Gem, Germ, Gin, Ginger, Gin seng, G.I. Joe, Gi Gi, Gym, Gmail, George… ㅈ 발음을 한다. 혹시 앞으로 또 영문표기를 바꿀 때는 로마자 알파벳을 쓰는 외국 사회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과연, 한국의 문인사회 언론사회의 힘있는 인기작가였던 이광수가 친일로 파묻혀 있다가, 지금 뉴욕 한복판에서 슬그머니 회춘된 것일까.  Yi Gwangsu 이건 Lee Kwang Soo 이건, 세월이 갈수록 더 혼동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의 정체성이 어떻게 정리가 될런지 궁금하다.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