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까지 버티는 자가 이긴다

2019-10-26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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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거리에 핀 민들레는 그 어떤 폭풍에도 꺽이지 않고 잘 버틴다. 그리고 폭풍이 멈추면 순식간에 꽃을 피우고 홀씨를 바람에 날린다. 깎아지는 절벽에 매달려 한들 한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무는 그 어떤 큰 바람과 폭풍에도 부러지지 않고 수십년 동안 억만개의 씨앗을 뿌리면서 버티고 생존한다. 그 어떤 힘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버티고 선 나무와 풀잎들은 마침내 꽃을 피우고 씨앗을 뿌려서 그들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다 삼킬 것처럼 휘몰아 치던 태풍은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물러난다.

세상에는 하루살이도 살고 하루살이의 밥이 되는 더 작은 생물들도 살아간다. 사자, 포범, 악어, 하이에나, 리카온등 밀림의 수많은 포식자들 속에서 영양과에 속하는 가장 나약한 아프리카 밀림의 임팔라는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도 놀라서 도망 다니는 존재로 늘 포식자들에게 잡혀 먹히는 공포로 살지만 가장 개체수가 많은 짐승이다. 그러나 이들은 나약한 자신의 운명을 탓하지 않고 수많은 포식자들의 공격에도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간다.

광활한 동아시아 중원대륙의 북쪽 끝에 붙어 있는 한반도는 중원대륙의 주인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침략을 받아서, 때로는 멸망의 기로에 서기도 했지만 반만년 이상 동아시아 대륙의 동북 끝자락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다. 중원 대륙을 휩쓸었던 동아시아 최고 절대 강자들이 한반도에 들어와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쫓겨 나갔다. 그리고 멸망 하기도 했다.
한민족의 피 속에는 강자 앞에 절대 굴하지 않는 불굴의 기상이 있다. 그 기상으로 우린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소수중의 소수이지만 한인들은 조금만 모여도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커뮤니티를 만든다. 그리고 커뮤니티 조직은 그 어떤 민족이나 인종 보다도 잘한다. 한인회가 없는 곳이 없고 한글학교도 없는 곳이 없다. 물론 종교 기관도 없는 곳이 없다.


한인들은 뭉치기도 잘하지만 싸우기도 잘한다. 그만큼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부금도 유대인 다음으로 잘 낸다. 다른점은 유대인들은 자기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강화하는 전략적인 기부금을 많이 내는 것이고, 한인들은 누구를 도와야 할때나 특정 이슈에 불이 붙을 때 감성적인 기부를 잘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한인들은 모든 나라에서 주목받는 민족이다. 부지런하고 영리하고 용감하기 때문이다. 사실 소수계의 생존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를 우리 한인들은 다 갖추고 있다.

이제는 멀리 내다보고 긴호흡을 하면서 커뮤니티의 발전을 계획하고 다음 세대들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할때이다.

사실 미국에 이민온 대부분의 유럽계 백인들도 초기에는 민족 정체성을 가지고 강한 결속을 했지만 2세대에 들어서서는 정체성이 희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기존의 주류사회로 흡수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소수이면서 아시아계 유색인종이기 때문에 주류 사회 진출에 장애가 많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들이 그런 장애물들을 만났을때 그들이 어떤 폭풍에도 꺽이지 않는 민들레 처럼 마지막까지 버티게 하기 위해서는 결집된 커뮤니티라는 토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미국의 자랑스런 지도자로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버틸 토대는 바로 유권자 등록과 투표참여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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