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잃었다가 찾았다

2019-10-25 (금)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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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무엇인가를 잃었다가 다시 찾은 경험과 그 때의 기쁨을 기억 할 것이다.
아내가 2015년에 큰 병을 앓은 후,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며 나는 24/7 아내를 돌보며 지나고 있다. 얼마 전에 아빠를 동정한, 멀리 오레곤에 사는 딸이 어디 갈 데 있으면 자기가 와서 엄마를 돌볼 테니 아무 때나 말하라고 해서 그동안 볼일이 있어도 가지 못한 한국을 10일 간 방문 하기로 했다.

항상 한국에 내리면, 피곤은 하지만 조국 땅을 다시 딛는 흥분을 느끼곤 한다. 조카가 마중 나와 같이 파킹장에가 차를 타려고 짐을 챙기니, 늘 어깨에 메고 다니는 조그마한 손가방이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 내 패스포트와 모든 귀중품이 들어 있었다. 어깨에 메고 다녔어야 할 가방을, 귀찮아 짐 위에 실은 것 이 실수였다. 우리는 다시 비행장에 돌아와 분실물 보관소를 비롯해 내가 걸어온 길을 더듬어 네 시간을 찾았으나 못 찾았다. 누가 주워 간 것이다.

무엇보다도 27년 전 내가 감독에 당선 됐을때 기념으로 아내가 사준 시계도 그 안에 있지 않은가? 그날, 나의 모교 수양회에 참석하여 가방 잃어버린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한 교인이 “요새는 비행장에서 무엇을 잃으면 CCTV를 관람할 수 있어요” 라고 정보를 주었다.
다음날 나는 다시 비행장에 가 CCTV 관람을 요청하여, 도착 시간에 녹화된 부분을 보게 되었다. 파킹장에 가느라고, 길을 건너는 순간 가방이 굴러 떨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을 주운 사람은 '개인정보 보호'라며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경찰에 신고 했고 담당 수사관은 그 사람 얼굴은 알지만 찾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테니 미국 대사관에 가서 새 여권 신청을 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조언을 했다.
그렇게 닷새가 지났는데, 대구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주운 사람의 주소를 대구로 확인 했으니 찾을 가능성이 많다는 희망적인 소식이다.

그렇게 서스펜스가 계속된 일주일후, 내 가방은 택배로 나에게 배달 되었고 나는 잃은 가방을 다시 찾았다. 가방 속에 패스포트와 시계가 그대로 있었다. 그 안도감과 그 기쁨!
잃었다가 다시 찾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내가 목사로서 설교에 많이 한 말이다. 기독교 구원관의 중심에 있는 말이다. 인간을 자기 형상 대로 만드신 하나님이, 자식 같은 인간들을 잃었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다시 찾았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목자가 100마리 양들 중에 잃은 한마리를 찾은 기쁨에 비교 하였고 아버지를 떠나 방탕의 길로 가던 탕자가 다시 돌아 왔을 때, 아버지가 “이 내 아들은 잃었다가 다시 찾았고 죽었다가 다시 살았다” 고 기뻐하는 이야기로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신다. (누가복음 15장)
그러나 한번 잃으면 다시 찾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자유' 이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그의 유서에서 까지 말한다 “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니 다시는 종의 명에를 지지 말라” 고. (갈라디아 5장)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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