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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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짓기

2019-10-25 (금)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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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개미 군단의 스피드는 시간 당 20미터에 불과하다. 서서히 움직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그 위력은 무시무시하다.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생활을 하는 개미는 충성이 생명이다. 공통체의 유익을 위해 응집할 때 맞설 자는 없다. 개미의 응집력은 지상 최강이다. 큰 전갈이나 뱀도 개미군단에게 한번 포위되면 순식간에 분해되어 땅속의 개미굴로 이전된다. 개미에겐 리더가 없지만, 분배된 업무에 충성하는 사회성과 집단 응집력이 무서운 힘을 형성한다.”

-베르트 휠더블러의 ‘초유기체’ 중에서
- 개미는 홀로 움직이는 법이 거의 없다. 이것들은 매우 작고 약하지만 이동할 때도 집단으로 움직이고, 싸울 때도 집단으로 달려드는 탁월한 무리성을 지녔다. 중남미 열대림에 서식하는 에사이튼(Eciton)이라는 군대개미는 몇 줄의 종대로 행진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포위한 다음, 그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시킨다.

바다 속 정어리에게 개인행동은 거의 없다. 몇 만 마리로 뭉친 후 큰 무리를 이뤄 바다 속을 유유히 헤엄쳐 다닌다. 정어리가 큰 무리를 지어 헤엄치면 마치 큰 물고기처럼 보인다. 고래나 상어 같은 큰 물고기조차도 섣불리 덤비지 못한다. 아무리 작은 물고기라도 하나로 똘똘 뭉쳐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이루면 얼마든지 천적을 따돌릴 수 있다.


노예 백성 이스라엘이 세계의 일등 민족으로 도약하게 된 요인이 무엇인가. 순간에 바다를 가른 초자연적 기적 때문인가, 시내산에 임재 한 신비한 신의 현현(顯現) 때문인가. 모세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인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위대한 민족으로 도약한 것은, 12 지파가 치밀하게 상호 협동하여 정교한 성막을 건축했기 때문이다.

기적과 능력은 한 사람의 영웅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모르나, 위대한 민족 공동체를 만들지 못한다. 무리지어 참여하는 긴밀한 협력 행위를 통하여 위대한 민족은 탄생한다.
양자물리학자 마크 뷰캐넌은 말했다.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이유는 원자가 빛나기 때문이 아니라 원자들이 특별한 패턴으로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부분이 아니라 패턴일 때가 많고,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김창만/ 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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