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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스칸달론과 착각

2019-04-11 (목) 박상근 목사/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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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하나님의 사람 다윗조차 피해가지 못한 스칸달론의 치명적인 독성은 인격적으로 정서적으로 불완전한 현대의 목회자들에게는 더욱 위험한 덫이 될 수가 있다. 누가 그런 스칸달론의 덫에 걸려 인생을 망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고 싶겠는가? 지금 한국에서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진 전직 고위 법관과 관계된 섹스스캔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그의 아내가 죽음 같은 고통에서 토해낸 기사를 보며 쓰라린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덫의 특성이 바로 거기에 있다. 스칸달론의 향기에 취해 있는 동안에는 그 위험성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마치 불나비가 제 죽을 줄 모르고 화려한 불꽃에 취해 불 가운데로 날라드는 것과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스칸달론에 빠지는 이유는 많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 영성관리의 실패, 세상의 유혹에 대한 패배, 인격적 결함과 미성숙 등. 그러나 가장 보편적이고 심각한 목회자의 스칸달론의 취약점은 놀랍게도 착각에서 시작한다.


하나님이 목회자에게 주신 중요한 장식품이 있다. 말씀 선포자로서의 권위이다. 강대상에서 말끔하게 차려입은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자체가 일반인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천상의 경험이다. 그러니 일반 성도들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동경의 대상이 된다.

특히 가정에서 불화를 겪거나,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외로움, 어린 시절부터 쌓인 상처들이 있는 여성도들에게는 목사가 가진 말씀의 권위는 정서적 전이를 쉽게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마치 소녀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향해 팬덤을 형성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러나 아이돌 가수들과 목회자가 본질적으로 다른 원리가 하나 있다. 아이돌 가수들과 달리 목회자를 향한 여성도들의 관심은 결코 남성으로서 매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강대상의 저 거룩함을 가진 분이라면 자신의 상처를 싸매어 주고 위로해 줄 것 같은 착각을 한다. 그래서 목회자를 흠모하게 된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한 원로목사는 여성도들이 목회자에게 어느 정도 흠모하는 마음이 없다면 은혜를 받기가 어렵다고 강의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서 목회자의 착각이 시작된다. 자신이 대단한 매력이 있어서 여성도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으로 착각한다. ‘거짓 예언자’라는 책이 있다. 목회자는 아니지만 한 때 한국의 민주화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사회지도자의 성적 스캔들을 다룬 책이다. 그도 바로 이런 착각에 빠진 것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대생들이 이미 초로의 나이에 접어든 그 노인네를 성적 매력의 대상으로 여길 리가 없다. 그가 가진 권위에 대한 흠모를 자신의 매력의 결과로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목회자가 스칸달론의 덫에 빠져 다윗의 실수를 저지르는 순간 그의 영적 권위는 한 순간에 사라진다. 그를 흠모했던 여성조차도 그 영적 권위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 눈을 뜨게 된다. 거기에는 더 이상 자신이 흠모하던 위대했던 하나님의 사람은 오간데 없고 추하고 탐욕스러운 동물적인 욕망덩어리만 남아 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목회자에게 영적 권위가 사라지는 순간 결코 남자로서의 매력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거기엔 환멸만 남는다.

그 동안 연구한 바에 의하면 대개의 목회자의 스칸달론은 놀랍게도 그 스칸달론의 당사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다. 왜냐하면 착각에서 깨어난 순간 그 스칸달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칸달론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목회자는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자기 객관화 훈련을 쉬지 않고 해야 한다.

<박상근 목사/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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