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증오와 극단적 선동을 내려놓아야 한다

2019-03-23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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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이슬람 사원 총기 테러가 뉴질랜드에서 일어났다. 4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테러였다. 그것도 자국민이 아닌 호주 출신에 의한 테러였다. 테러범은 74쪽의 선언문을 통해서 백인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 테러를 감행했다고 했다.

호주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나라이지만 인구는 2,350만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나라다. 원주민을 인간사냥으로 거의 몰살 시키고 1900년부터 1972년까지 10만명 이상의 원주민 어린이들을 빼앗아서 수용소에서 관리하여 원주민 언어는 물론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게 하는 정책으로 백호주의(백인의 호주)를 이념으로 건국했다. 이런 호주는 난민들도 받지 않고 임시로 받은 난민들에 대한 가혹한 행위로 유엔에 의해서 수없이 비난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이웃나라인 뉴질랜드는 마우리족이 자체적인 조직과 문화를 가지고 저항을 하였고 1840년 영국 왕실과 마우리족 대표가 ‘와이탕이’에서 조약을 맺고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러나 영국의 욕심은 마우리족의 영토를 지속적으로 빼앗았고 결국 마우리족과 전쟁이 일어났다. 영국은 타협을 하였고 소위 말하는 문민통치를 하면서 마우리족과의 공존하는 방식의 식민지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1930년대 뉴질랜드는 사회민주주의자들에 의해서 최초로 복지국가가 되었고 호주에 반하여 많은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뉴질랜드 테러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리더십이 세계의 격찬을 받았다. 총격범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히잡을 쓰고 무슬림 사원을 방문하여 위로하였고, 19일 의회 연설에서 "우리가 테러범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포용성과 자애 그리고 동정심을 대표하는 나라이고, 이런 가치를 필요로 하는 난민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아던 총리는 21일 모든 공격용 소총과 군대 스타일의 반자동 총기 및 고성능 탄창을 금지 시킨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총리의 호소에 뉴질랜드 국민들이 자진해서 총을 반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뉴질랜드의 아던 총리처럼 하지는 않았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서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해서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켰고 오바마 대통령 시절 오사마 빈 라덴마저 죽이고 수장했지만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주체할 수 없는 증오는 또한 9.11 테러와 연관도 없는 이라크마저 침공하여 중동 국가 중 가장 서구적인 제도를 추구했던 이라크를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그 후유증은 이슬람공화국(IS)라는 더욱더 과격한 집단을 만들었고 이들의 증오는 종교, 인종, 국가별 증오를 더욱 부추겼다. 그래서 더 많은 곳에서 테러는 끝없는 보복테러로 더 확산이 되고 있다.

이번 테러에 대처하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은 증오의 정치를 하면서 극단주의를 선동하는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에게 증오와 극단주의적인 선동 보다는 증오와 선동을 내려놓고 포용과 자애 동정심을 강조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미국도 대국답게 증오를 부추기기보다 포용과 자애가 필요하다.

적을 향한 증오가 심하면 그 증오가 자국 내부에서도 극단주의자들을 만들어 내고 그 극단주의자들이 미국 내부를 온통 증오로 몰아갈 수 있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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