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님은 시골서 과수원과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하셨다. 나는 방학 때면 농장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도왔다. 그중 돼지를 돌보는 일이 가장 바빴다. 빠른 생산성 때문이었다. 돼지는 1년에 새끼를 두번 낳는데 한번에 평균 10마리를 낳는다. 한 마리가 1년에 약 20마리의 새끼를 낳는 셈이다. 어미 돼지가 50마리면 1년에 1,000마리의 새끼가 나온다. 왕성한 번식력을 금방 체감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돼지는 한국 문화에서는 풍요를 상징한다. 그래서 누군가 “나 어제 돼지 꿈 꾸었어” 라고 말하면 즉각 “너 부자 되겠다, 당장 복권 사” 라는 반응을 보인다. 2019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 라고 한다. 그냥 돼지도 아니고 황금돼지라고 하니 모두가 기대가 큰 듯 하다. 그래서인지 신년인사 카드에도 돼지 관련 축복의 말들이 쏟아진다. “웃으면 복 돼지요. 부자 돼지요” “올해는 행복하게 돼지요” “주님만 따라가면 돼지요” 등등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언어유희가 재미있다. 그리고 정말로 모두에게 그런 축복이 주어지면 좋겠다.
성경에도 돼지가 나온다. 하지만 성경에서 돼지는 부정한 동물의 대명사였다. 그래서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했고 돼지 사육자들은 천한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이빨이 입 밖으로 길게 뻗어나온 야생멧돼지는 용맹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로마 제국은 군대의 최고 조직(오늘날 약 2,000-6,000 명 정도의 여단 규모) 별로 용맹스러운 동물들을 군대의 상징으로 사용했는 데 야생멧돼지도 그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어떤 여단에서는 그 여단의 방패와 깃발에 야생멧돼지를 새겨넣어 군인들에게 사기와 용기를 불어 넣었다.
마가복음 5장에 보면 거라사라고 하는 지역에 귀신들린 사람이 나온다. 쇠사슬로로 묶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악한 귀신이 들린 사람이었다. 귀신이 예수를 만나자 겁 먹고 제발 떠나달라고 빈다. 하지만 예수께서 이 귀신들린 자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 그러자 귀신이 “내 이름은 군대요” 라고 대답한다. 주님이 즉각 군대귀신을 마침 그 지역에 있던 2,000 마리의 돼지 떼에게 들어가라고 명령하신다. 군대귀신은 돼지 떼에게로 들어갔고 돼지 떼는 바다로 뛰어들어 몰살당한다.
이 사건은 던지는 메시지가 강하다. 귀신들린 자가 살던 거라사는 당시 로마의 최고 군대 조직이 주둔한 곳이었다. 한마디로 로마 황제가 신(god) 임을 무력으로 선포하는 지역이었다. 귀신이 대답한 이름 “군대” 는 영어로 “Legion” 이다. 당시 로마 군대의 가장 큰 조직인 여단을 의미한다. 그리고 거라사에 주둔한 로마 군대의 상징이 야생멧돼지(boar) 였다.
무엇을 말할까? 적그리스도 로마황제의 세력이 귀신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께서 로마의 힘이 드러나는 거라사 에서 군대귀신(Legion) 을 여단 규모의 돼지 떼(2,000 마리) 에게 옮겨 혼돈과 멸망의 상징인 바다로 수장시킨 것이다. 귀신이 몰살 당하자 귀신 들렸던 한 사람은 새 생명을 얻었다. 주께서 만드시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다.
이 땅에 살면서 풍요와 권세를 누리며 산다면 복이다. 하지만 그 복이 상대적 우월감, 억압, 그리고 자기 영광을 위한 것으로 사용하면 그런 복은 오히려 파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예수께서 거라사 군대귀신을 몰아내신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한다. 주 안에 있을 때 악이 물러가고 생명이 춤춘다. 전쟁이 평화가 된다. 무질서가 질서가 된다. 아픔이 치유되어 기쁨이 된다.
2019년은 황금돼지해다. 부디 모두에게 큰 복이 주어지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그 복을 주 안에서 잘 사용하심으로 올 한해가 기쁨과 평안이 넘치는 의미의 한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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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목사/천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