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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故성수남 목사님을 추모하며

2019-01-03 (목) 우남수 목사/ 행복연구원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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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축하 분위기에 들떠있던 지난 12월 23일 아침에 김평육선교사 사모로부터 침울한 목소리로 들려온 성수남 목사님의 부음(訃音)은 너무나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래서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가다듬은후 먼저 아내를 잃게 된 부군 박영남 장로와 자녀들,사위와 자부, 손녀들을 위해 기도했다. 고인의 영혼은 이미 주님과 함께 올라가 “나의 신실하고 충성된 여종아,수고했다”고 칭찬받는 모습을 묵상 중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지난번 북가주 교회협의회 총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성수남 목사가 새 임원단과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보았다.앞줄 맨 오른쪽에 계절에 맞게 빨간 자켓에 검은 목도리를 두르고,언제나 똑같은 밝고 총명한 모습으로 살짝 점잖게 미소를 짓고 앉아 있는 전형적인 성수남 목사님의 모습이었다. 이것이 아마 그가 그렇게도 한마음 한뜻으로 섬겼던 교회협의회 활동의 마지막 사진이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돌이켜 보면 내가 성수남 목사님을 만나고 주안에서 교제하게 된 동기는 실로 우연치 않는 것이었습니다. 호주에서 산호세로 옮겨 온후 산호세 크리스챤칼리지에서 가르치며,교회를 개척하고 자리를 잡아나가던중 누가 그 지역에 내 이름 자 순서가 뒤바뀐 ‘수남’이란 이름의 여자 목사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후 교회협의회 모임에 나가게 되어 만날수 있었다. 그 후 오이코스 대학에서 거의 동시에 가르치게 되어 시간표가 같은 날일때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내가 25년넘게 알아온 성수남 목사님은 찾아보기 드문 성실성을 가진성직자이자 목회자요, 교수였다. 먼저 그녀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 자세는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리고 전화통화중에도 하나 같이 느낄수 있었다. 그녀 특유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는 항상 내마음을 편안케 했고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그 다음 그녀의 올곧은 성격은 무엇에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택한 후 그 길로 계속 나가는 것이 변동많은 일반 사람들과 다른점이었다.서울신학대를 나와 성결교와 영성이 비슷한 나사렛교단을 택한 후 별세 한달전까지, 마지막 목회자 모임을 새크라멘토 벧엘교회에서 가질 때 참석했었다. 그리고 오이코스대 교수직도 은퇴전까지 일관되게 한길을 걸었다.가르치는 은사와 신학적으로 균형잡힌 지식의 강의는 항상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다.

산호세지역 교협의 ‘종신협의회 회계’라는 별명을 가질만큼,교회협의회일에 열심이었던 그녀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음으로 종신직분을 내려놓게 되었다.

끝으로 그녀의 선교에 대한 열정은 기회가 닫는대로 직분을 마다 않고,먼거리를 밤에도 운전하며 열심히 퍼스텍티브스강의와 코디역활을 다해냈다.특히 월드미션프론티어의 아프리카 선교를 처음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아프리카 방문시 그때 이미 췌장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의사를 설득시켜 한달여간의 아프리카 선교여행도 다녀왔다. 무슨일에든 몸을 아끼지 않고 생명을 걸고 강행군을 계속해온 ‘성수남’ 목사. 이름 그대로 남자보다 더 특출한 일을 성취하고 남자 못지 않게 일을 감당한후,달려갈 길을 다 달리고 하나님께로 가셨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저서 박사논문집 ‘존웨슬리의 기도와 영성’(쿰란출판사)은 그녀가 삶속에서 애쓰고 모방했던 웨슬리의 신앙노선을 상세하게 파헤친 역작으로,서양교회사와 한국초기교회사에서 수집한 귀한 자료들로 꽉차 있어 그 분야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될것이다.

100세 시대에 71세는 너무 이른 죽음이다. 100세까지 할 수 있는 일을 향해,정상을 향해 달리다 가 그녀는 클라이막스에서 주님의 부름을 받았다.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히 온누리에 내려앉은 성탄주일 새벽에, 그녀의 영혼은 천군천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하늘나라로 올라가 하나님 가까이서 하나님의 영광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항상 주와 함께 하니 주께서 내 오른손으로 붙드셨나이다. 주의 교훈으로 나를 인도하시고 후에는 영광으로 나를 영접하시리니 하늘에서는 주외에 누가 내게 있으리요” (시편 73:23-25a)

<우남수 목사/ 행복연구원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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