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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BTS 의 UN 메시지: “네 자신을 사랑하라”

2018-10-18 (목)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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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한국의 유명 그룹가수 BTS (방탄소년단) 가 UN 에서 연설을 했다. 전세계 대표들이 모이는 UN 회의장에서 하는 연설을 아무나 시킬까? 그곳에 섰다는 사실 만으로도 BTS 의 전세계적 영향력이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들이 자랑스러웠다.

BTS 의 리더인 김남준 (RM: Rap Monster) 씨는 연설 직전 약간 긴장한 듯 했다. 하지만 7분간 진행된 그의 연설은 토종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넘쳤고 거침이 없었다. 발음은 물론 문장력과 어휘력이 흠잡을 데 없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이 청년의 능력이 놀라왔다.

도데체 무엇이 BTS 를 UN 에서 연설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김남준 씨의 연설문 속에 답이 보인다. 연설문 주제는 “네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 였다. 얼핏 들으면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연설을 듣다 보면 이기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이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남준 씨는 연설 속에서 자기 어린 시절을 언급한다. 그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아홉 살 때 부터 그는 꿈꾸기와 상상을 멈춰야 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연설문에서 인용한 BTS 의 한 음반가사가 이를 잘 대변한다. “…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틀에 나를 욱여넣으려고 했습니다. … 제 심장은 멈추었고, 눈은 닫혀버렸고… 이런 식으로 나는 … 유령이 되었습니다.”

이 고백이 김남준씨 만의 이야기일까? 권위와 눈치문화 속에서 살아왔던 많은 한국인들이 공감하는 경험 아닐까? 자신에게 맞는 공부보다는 부모나 사회적 기대치에 맞추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현상을 누구나 경험하지 않는가? 서구 문화는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찾도록 이끈다. 반면에 한국문화는 가족과 사회적 틀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찾도록 이끈다. 하지만 이 틀이 절대적 가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틀을 벗어나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교육혁신연구소에서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공부 비법을 조사해 보고한 자료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에서 전과목 A학점을 받는 비결은 간단했다. 교수 강의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노트해서 시험 때에 그 내용을 암기해 적으면 된다. 교수의 생각 안에 자기를 가장 잘 욱여넣는 것이 최고학점 취득의 비결이라는 의미다. 만일 미국의 대학에서 그런 식으로 공부하면 어떨까? 십중팔구 낙제다.

김남준 씨는 타인의 틀 속에 욱여넣어진 자기 모습을 유령으로 비유했다. 유령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다행히 그는 음악을 통해 타인보다는 자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솔직하고 충실함으로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을 드러낸다. 그 솔직함과 정직한 고백이 담긴 그의 남다른 음악은 소셜 미디아 라는 쌍방향 소통방식을 통해 전세계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며 공감을 얻은 것 같다.

성경은 율법의 핵심이 이웃사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웃사랑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자기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이웃사랑을 외친다면 위선 아닐까? 그래서 주님은 이웃사랑을 언급하실 때에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고 하신다. (마 22:39) BTS 는 이미 그들만의 고유한 음악을 통해 전세계 수 많은 이웃을 사랑하고 있다. BTS 에 열광하는 수많은 팬들이 BTS 의 음악은 물론 노래말을 통해 위로와 치유를 느낀다는 고백이 그 증거다. BTS 가 스스로를 사랑하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부디 BTS 를 통해 하나님의 일반은총이 온 세계에 더욱 풍성히 드러나기를 기도한다. “네 자신을 사랑하라” 를 메시지를 통해!

<김문철 목사/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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