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Art of living

2017-12-23 (토) 박신효/한복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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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겨울이 되어 몸을 감싸지만, 지난 달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아한 행사가 있었다. 포트리 한식 레스토랑에서 열린 아티스트 천세련씨의 다도와 박예든 오보에(oboe) 연주자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든 Art of living이라는 문화행사가 내 마음 한자리에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알면 알수록 끊임없이 새롭고, 깊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문화와 무척이나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블랜딩 할 수 있음의 무한한 가능성이 느껴질 때마다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선비문화에는 풍류를 즐기는 데 있어서도 격조가 있었다. 다도, 차와 함께 시를 읊었고 거기에 다악, 음악이 함께 했다.

점심시간에 준비한 행사에는 천세련 작가의 다예(the art of tea time)와 함께 서양악기 오보에 연주를 더해 우리의 문화를 퍼포먼스로 그려냈다. 차에 적합한 온도의 물을 준비하고 ,녹차 잎을 띄우고, 잠시 후 다기에서 적당히 울어난 녹차를 찻잔에 따른다.


찻잔으로 도도독~ 흐르는 녹차와 함께... 그 순간 그 소리와 똑 닮은 소리로 오보에의 선율이 같이 흐른다. 그 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잠시 거대한 산속 어딘가에 자리한 정자 안에 모여 앉은 듯 모든 자연이 눈앞에 그려지고 코에는 한들한들 나뭇잎이 건네주는 향긋한 바람이 느껴진다. 한 잔, 한 잔 따른 녹차와 향긋한 산채 비빔밥, 이보다 더 황홀할 점심식사가 어디 또 있을 수 있을까!

정신없는 도시속 한 곳에서 잠시 이렇게 몸과 마음이 쉬어 갈 수 있다니! 이렇게 현대인에게 필요한 초현대적인 문화가 우리문화 속에 존재하다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한복이라는 의상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물론 말로 형용할 수도 없는 제 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진 색감들! 어느 의상에서도 찾기 힘든 깊이 있는 우아함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 한복은 입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는 힘이었다. 절제, 품위, 기품 또한 외유내강의 성품까지 갖게 하니, 시대를 뛰어넘어 그 의복이 가지고 있는 힘이 참으로 거대하다.

또한 한국인이라면 입는 순간, 한복이 주는 그 힘에 지배당하는 DNA가 존재한다 라고 생각한다. 난 항상 그 기분 좋은 지배당함을 즐긴다.

포트리 안에 우리 한인들의 자존심마저 올려주는 기품 있는 한식레스토랑, 거기다 젊은 오보에 연주자가 그 깊이를 이해하고 녹차 잔에 흐르는 찻소리에 오보에 소리를 실을 줄 아는 그 깊이 !

마지막으로 이러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다음 세대에게는 숙제를 던져주는 천 작가 같은 이가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생각해 본다. 그 힘이 크게 빛을 발하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다예(the art of tea time)를 통해 우리 삶속에 녹아있는 아트를 그대로 표현하고 또 그 안에 말없이 우리 문화의 모든 걸 담았다.

<박신효/한복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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