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 결혼식 갔다오다
▶ 공항서 8일째 구금돼
▶ 가족·변호사도 차단
동생 결혼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40대 한인 영주권자가 미국 입국 과정에서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체포돼 8일째 구금된 채 추방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9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한인 영주권자 김태흥(40·미국명 윌 김)씨가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다 이민 당국에 체포된 후 8일째 구금돼 있다고 가족들이 밝혔다. 김씨는 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한 뒤 귀국하다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CBP 요원에 의해 2차 심사대로 넘겨진 뒤 현재까지 억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5세 때 가족과 함께 이민 와 미국에서 성장, 현재 텍사스 A&M 대학교 박사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 개발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인 김씨는 현재 변호사 면담은 물론 가족과의 접촉마저 사실상 차단된 상태로 전해졌다.
김씨의 변호인 에릭 이 변호사에 따르면 이민 당국은 여전히 구금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며, 지난 25일 어머니와의 짧은 통화를 제외하곤 가족과의 연락이나 변호사 접견도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이 변호사는 “2011년 김씨가 텍사스에서 경미한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기소됐으나, 사회봉사를 마치고 기록 비공개 청원까지 통과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지 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합법적인 영주권자가 억류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BP는 24일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영주권자가 마약 범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이민법을 위반한 경우 추방 절차에 따라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인계한다”며 “해당 외국인은 추방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ICE에 구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변호사는 “CBP 수퍼바이저와의 통화에서 김씨에게 수정헌법 5조(적법 절차)와 6조(변호인 조력권)가 적용되는지 문의했으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이는 명백한 헌법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씨는 이민법상 ‘면제 사유’에 해당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으로 구금되고 있다”며 “이는 당국의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35년간 이 나라에서 거주하며 세금을 내고 연구해온 사람이 헌법상 절차 없이 억류된다면, 더 짧게 머문 이민자에게는 헌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위헌적 체포” … 가족·이민단체 반발
한편 이민자 권익단체들과 김씨 가족은 이번 사태를 이민자 탄압이자 인권 침해, 헌법 훼손이라며 강하게 규탄하며 김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와 이민자방어프로젝트(IDP)는 29일 공동 성명을 통해 “CBP와 ICE는 김태흥 씨를 즉각 석방하고, 그가 텍사스로 돌아가 학업과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씨의 어머니 이예훈씨는 “우리는 미국이 자유와 평등,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나라라고 믿었기에 이민을 선택했다”며 “태흥이가 단지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아들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자격이 있다”고 호소했다.
베키 벨코어 NAKASEC 공동대표도 “김태흥씨의 사례는 트럼프 정권이 이민자와 아시안 커뮤니티, 그리고 헌법적 권리를 얼마나 맹렬히 탄압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한 명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모두의 권리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김씨가 구금된 환경도 논란을 더하고 있다. 김씨의 또 다른 변호인 칼 크룻 변호사는 “김씨는 침대 없이 의자에서 잠을 자야 했고, 물 이외에 다른 음료는 제공받지 못했으며, 24시간 조명이 켜진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며 “낮에는 햇빛을 볼 수 없었고, 창문 근처에 갈 수 있는 시간도 밤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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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