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발상의 전환’

2025-07-29 (화) 07:57:59 김창만/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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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악연맹 통계에 의하면 1953년부터 1977년까지 24년 동안에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에 성공한 산악인은 통틀어서 58명에 불과하다. 1년에 평균 2명꼴로 등정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1953년 5월 29일 뉴질랜드 출신 힐러리 (Edmund Hillary)가 네팔인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4년 한 해 동안에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사람은 무려 330명에 이른다. 2005년 이후로는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의 수가 급증했다.

처음 24년 동안에는 1년에 2명에 불과하던 등정 숫자가 2004년 이후부터 왜 갑자기 급증했을까. 그 비밀은 ‘발상의 전환’에 있다. (랜스 세크리탄의 ‘Reclaiming Higher Ground’ 중에서’)


초창기 24년 기간 중에는 누구나 해발 2000미터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 관례는 법처럼 지켜졌다. 해발 2000미터 지점에서 정상까지의 구간은 6848미터다.

이 구간을 공략하는 데는 긴 시간, 고도로 축적된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에 직면하면 비상 대책을 세울 수가 없어서 희생자는 속출한다.
하지만 2004년부터는 6700미터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다. 여기서 2148미터 만 더 올라가면 에베레스트 정상이다.

베이스캠프를 좀 더 높은 고도에 설치하는 ‘발상의 전환(breaking pattern)’으로 말미암아 8848미터의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률은 급격히 상승했다. 전통과 관습의 노예가 되어 관성의 패턴에 의지하는 한 도약은 없다. 끝임 없는 혁신과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만이 인류의 새 역사를 쓸 것이고 후대에 기억되는 인물이 될 것이다.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한 구두회사에서 아프리카시장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두 직원을 파견했다. A 직원의 전문(電文) 보고는 다음과 같았다. “이곳의 시장 전망 없음. 모두 맨발로 다님. 철수하겠음.” B 직원의 보고는 판이 하게 달랐다. “이곳의 시장 전망은 무궁무진함. 모두 맨발로 다님. 속히 선적 바람.”

두 직원은 똑같은 지역에 파견되어 똑같은 현상을 관찰했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무엇 때문인가.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A 직원은 현재의 사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B 직원은 똑같은 사실에 대하여 발상의 전환을 헸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약 성경 민수기에도 비슷한 스토리가 나온다. 가나안 땅의 입구인 가데스 바네아에 도착한 모세는 이스라엘 각 지파의 지도자 12명을 선정하여 그 땅의 실상을 조사하러 보냈다.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두루 다니면서 살펴보고 돌아온 12정탐꾼의 해석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먼저 10명의 정탐꾼은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결론을 내 놓았고, 소수였던 여호수아와 갈렙은 “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결론을 내 놓았다. 바라보았던 태도대로 그들의 은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칼 메닝거(Karl Menninger)는 말헸다. “태도는 어떤 사실보다도 중요하다.”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목사는 외쳤다. “형제여, 큰 믿음을 가지시오. 작은 믿음은 그대를 천국으로 인도하지만, 큰 믿음은 그대 안에 천국이 임합니다.” ‘너와 나(Ich und Du)’의 저자 마틴 부버(Martin Buber)는 갈파했다. “기독교가 세상에 주는 것은 해석학(hermeneutics)이다.”

<김창만/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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