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이 깃든 크리스마스

2017-12-23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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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올 해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성탄절이라 불리는 크리스마스. 기독교의 축일이다. 그런데 이 날이 온 세계인의 축제일이 된지는 오래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 거리엔 크리스마스 음악들이 울려 퍼진다. 에프엠(FM) 어느 라디오 방송에선 한 달 동안 크리스마스 캐롤만 들려주는데도 있다.

동네마다 기독교를 신앙하는 집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다. 낮에는 불이 꺼져 있어 잘 모른다. 밤만 되면 트리에 장식된 전구들이 반짝이며 오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다. 또 창문에 장식된 알록달록 색깔의 전구들도 지나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기독교의 하나님이 독생자 아들을 이 땅에 보내 탄생한 날.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는 대목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호재로 통하는 날이다. 뉴욕의 맨하탄을 가본다. 축제 분위기다.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더 끌기 위해 장식된 크리스마스 관련 홍보물들. 여기도 번쩍, 저기도 번쩍. 맨하탄 전체가 번쩍인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물결처럼 흘러 다니며 쇼핑을 한다. 식당마다 식객들로 붐비며 자리가 없다.


연말 대목은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새해로 이어진다. 잘하면 12월과 1월에 1년 매상의 상당부분까지도 수익을 올리는 업종도 있을 거다. 이처럼 크리스마스는 상업하는 사람들에겐 없어선 아니 될 날이 돼 버렸다. 모두가 들 떠 있는 이 시즌에 가엾게도 거처할 곳이 없어 노숙하는 사람들도 있음에야.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 것인지.

맨하탄 32가 코리아 타운에서 식사를 하고 42가 7번역까지 걸어간다. 소화도 시키고 운동도 할 겸. 36가를 지나는데 두 노숙자가 길옆에 있다. 헝클어진 머리의 남자는 길게 누워 지나는 사람들을 본다. 젊게 보이는 여자는 이리 저리 몸 구석구석을 긁고 있다. 저토록 가려워 긁는 것을 보니 얼마를 씻지 못했을까.

42가 브라이언트 공원. 야외 스케이트장에선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지고 있다. 어린아이들, 젊은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모두가 흥겹게 스케이트를 타면서 즐거워한다. 그들을 보고 아기 예수 오심을 함께 즐거워해야 하는데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뚫려 있는 것 같다. 조금 전에 본 두 남녀 노숙자의 모습이 계속 떠올라서일까.

크리스마스만 되면 떠오르는 소설. 챨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 철학이 담겨 있다. 크리스마스를 경멸하는 인정이라곤 손톱만치도 없는 수전노. 주인공 스크루지의 회심이 내용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스크루지는 동업자였던 말리의 유령을 따라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인정머리 없는 비참한 모습을 본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꿈에서 깨어난 스크루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많은
돈을 기부하고 조카네 집으로 달려가 크리스마스 만찬에도 참석하는 등 완전 새로운 사람이 된다. 1843년 영국에서 발표된 이 소설은 당시 영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없는 자들을 도와주는, 있는 자들의 나눔에 큰 영향을 끼쳐오고 있다.

또 하나의 소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원제는 <동방박사의 선물>이다. 주인공 짐과 델라 부부의 크리스마스 선물. 짐은 평소 빗이 없어 예쁘고 긴 머리를 손질하지 못했던 델라에게 자신이 갖고 있던 줄 없는 시계를 팔아 빗을 산다. 델라는 머리를 팔아 짐의 시계 줄을 사서 선물한다는 비극적 내용이지만 사랑이 담겨있다.

친구들에게 이런 선물을 한 배우가 있다. 미국의 명배우 조지 클루니. 클루니의 친구인 랜디 거버. 그는 지난 13일 방송(MSNBC)에 나와 클루니가 친구들에게 한 나눔을 털어놨다. 2013년. 클루니는 친구 14명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이 중엔 성공한 친구도 있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술집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었다.

클루니는 돌아가는 친구들에게 100백만 달러가 든 가방을 각각 선물로 주었단다. 이런 선물 해 줄 친구 어디 없을까. 아니, 조지 클루니와 같은 인물이 되기를 바라야겠지. 100만 달러가 아니더라도 짐과 델라와 같이 진정 사랑이 담긴 선물이면 더 좋겠지. 금년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회심과 나눔이 깃든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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