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는 이태리의 명감독 로베르토 베리니의 1997년도 영화다. 한 평범한 유태계 가정에 나치의 포악한 손길이 뻗혀 삽시간에 집단수용소로 끌려가는 사태… 아버지와 7살 된 아들과 엄마는 각각 다른 캠프로 헤어져 모진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는데, 암울하고 비참한 상황에서 그 아버지는 엄마를 찾는 아들 조슈아를 위해 눈물 나도록 희극적인 몸짓과 말투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조슈와에게 끝까지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해 꾸며낸 상상의 게임-수용소생활에서 일정 규율을 잘 참아내면 1,000점을 따게 되고 그 상은 탱크를 타게 된다는 것이다. 그 말에 조슈와는 열심히 힘든 고비들을 넘기며 아빠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그 순수한 마음이 참으로 천진하고 가련하다. 이야기 자체는 비극적이지만 그 속에서 웃음을 만들어가며 희망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영혼이 참 눈물겹게 아름답다.
지난 가을 이태리의 토스카나 지방을 찾았을 때 첫 번째로 들린 곳이 아레죠다. 이 영화를 촬영한 곳이다. 요정같이 매력있는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로 로마의 스페인 광장이며 유명한 곳들이 우리 뇌리에 각인되었듯이, 아레죠도 피아자 그란데(Piazza Grande)를 비롯해 도처에 그 영화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작고 예쁜 타운 아레죠는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말할 수 없이 처참한 환경속에서도 사람들만이 희망의 씨앗을 그 마음에 품고 역경을 견디며 끝까지 생존 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훌륭한 영화예술의 힘은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연말이 다가온다. 올해는 정말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의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한층 강화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금방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은 위협, 더 이상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켜주듯 일어난 5.4도의 강진이 포항에서 일어 났고, 최근엔 낚싯배와 유조선 충돌사고로 1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우리가 사는 미국도 각가지 총기사건, 테러범들의 무차별 자살폭파 시도 등등… 우울한 소식이 연달은 연말이다. 인생살이가 어찌 순조롭기만 하겠는가? 사노라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데 우린 속수무책이다. 그래도 우린 희망의 끈을 절대 놓으면 안 되겠다. 어려운 중에도 서로 위로하고 협력하고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자세로 살아가면 반드시 좋은 날도 올 테니까....
“지금껏 쌓인 점수는 940점이니까 이번만 넘기면 1000점이다.” 광장의 한 쓰레기통에 숨기며 아빠는 말한다. 나치에 처형당하러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수꽝스런 발걸음으로 쓰레기통속에 숨은 아들에게 미소와 함께 안심시키는 아빠의 지극한 심정… 마지막 1000점을 향해 무진 애를 쓰며 참는 조슈와는 마침내 승리의 연합군 탱크를 눈앞에 본다. “아빠 말이 맞았어!” 외치며 환하게 웃는 조슈와는 탱크에 높이 올려지고 그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렇게 아레죠는 올해 나에게 강렬하게 “인생은 아름다워” 속의 캠프장 내에 울려 퍼졌던 ‘호프만의 뱃노래’ 멜로디의 짙은 여운과 함께 애잔하면서도 아름답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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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