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사달라는 아이한테 차 사고 낼까봐 안 된다며 안 사줬는데 그 아이가 길을 건너던 중 자동차에 치어 죽었다는 말을 하면서 자동차를 사는 것이 좋으냐 나쁘냐를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연관성이 있게 들리지만 엄밀히 말해서 서로 상관없는 차원의 논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고 난 아이가 셀폰을 만지며 건널목을 건넜는지 아니면 자동차 운전자가 음주운전 혹은 졸음운전을 한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치도 자동차에 받혀서 죽지 않으려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남에게 해를 끼치는 한이 있어도 내가 운전하는 것이 차라리 날 뻔 했다는 어불성설이다.
2017년은 유난히도 총기사고가 많았던 한해였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가 많으면 많을수록 미국민들은 슬픔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총기규제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그러다보면 실제로 더 강한 규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서 차라리 규제가 생기기 전에 총기를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결론을 낸다.
그러다보니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어김없이 총기판매와 관련 background check 요청이 FBI에 20만건 이상이 들어왔다. 그것도 금요일 하루에. 총기판매 숫자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지만 한 사람이 다량의 총기를 구매해도 FBI에는 한 번의 요청이 들어오고 게다가 무면허 딜러(unlicensed dealer)를 통해서 구입하는 숫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이 팔린 총기가 이날 하루 20만개가 넘는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범죄경력검사제도(Criminal Background Check System)의 목적은 중죄인, 가정학대자, 또는 연방법으로 총기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정해진 사람인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것의 맹점은 첫째는 무면허 딜러가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어떠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다는 점, 둘째는 즉시로 알아볼 수 있게 간단한 방법이긴 하지만 확실한 no가 아니고 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해서 시간을 끌게 되어 3일이 지날 때까지 아무 대답을 못주면 무효가 되어 총기구매가 아무 일 없었던 양 이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처참한 그 예가 바로 백인 우월주의자 다일런 루프(Dylann Roof)가 2015년 6월17일 찰스턴 소재 임마누엘 AME교회에서 있었던 총기난사였다.
그 다음으로 이 제도의 맹점을 보여준 사건은 공군출신 데빈 패트릭 켈리(Devin Patrick Kelley)가 2017년 11월5일 Sutherland Springs, 텍사스 침례교회 모임에서 총을 난사하여 26명이 죽고 20명 이상이 다친 사건이다.
사건 다음날 검찰총장 제프 세슨(Jeff Sessions)은 군에 범죄경력검사제도를 강화하도록 명령 했다. 그런데 군대에 있을 때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록이 FBI에 전달되지 않은 것은 단지 켈리뿐만이 아니다.
카펜터(Carpenter)교수는 2004년부터 2012년 사이에 이러한 범법 기록이 누락된 것은 3만2,000건이나 된다고 했다. 그동안 군에서는 이러한 자료를 분리 정돈해야 할 이유가 없었는데 새로이 생긴 범죄경력검사제도가 있다한들 현재로서는 이 제도가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가를 보여준다.
총기사건이 우발이든 계획적이든 어처구니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기규제를 논하려 하면 규제를 한다고 나쁜 사람들이 다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반박하며 총을 소유하여 그들을 제압해야 한다고 우기는 곳이 이곳 미국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총을 소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총을 맞는 것이 아니고 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할 곳에서도 총기를 난사하는 일이 생기는 것인데 헌법운운하며 지키려하는 자의 논리가 바로 자동차가 없어서 자동차에 치었다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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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인/대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