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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차려주는 남편

2017-12-09 (토) 원혜경/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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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침밥을 차려주기 시작한지 벌써 3년째다. 남편의 아침상을 받아먹는 아내의 모습은 세상의 많은 아내들로부터 부러움과 시기를 받을 수 있는 행복한 일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침밥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챙겨 먹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그렇게 아침밥을 먹는 것으로 나의 일과가 시작된다. 아침에 빵을 먹는 남편과 아침에 밥을 먹는 아내, 우리가 그렇다.

나의 아침밥은 어떤 사람의 모닝커피와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 아침밥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었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밥을 먹지 못하고 나가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다.


나에게 아침에 밥을 차려먹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지만 점점 귀찮게 느껴지면서 아침밥을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기운도 없어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힘이 들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과라 어쩔 수 없이 아침밥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둥지둥 이층에서 내려와 바쁘게 나가려는 나에게 남편이 “아침 밥 먹고 가” 하는 것이었다. 식탁에는 따뜻한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달걀 후라이 두 개도 기억하고 예쁜 꽃 접시에 예쁜 모양으로 다른 반찬들과 함께 담겨 있었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기뻤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남편은 매일 나에게 아침밥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사람인지라 매번 받아먹는 것이 익숙해져서 가끔은 고마움을 잊고 투정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아파서 몇 주 아침 배를 곯아보니 그 동안 남편이 내게 주었던 사랑이 얼마나 고맙던지 혼자서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였다.

결혼하고 오랜 시간을 물도 갖다 달라던 남편, 밥을 차려주지 못하면 굶든지 외식을 하였고 내가 한국에 몇 주 갈 때 미리 음식을 해서 냉장고에 넣고 갔는데 갔다 와서 보면 음식이 그대로였던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알아서 척척~ 오히려 아내를 위해 아침밥을 차리고 내 생일 날이면 미역국과 잡채를 만들어 주는 남편으로 변했으니 그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어떤 관계나 다 그렇겠지만 특히 서로 바뀌고 맞추지 않으면 불편하고 원수가 되는 것이 부부인 것 같다. 핏줄로 맺어진 사이도 아니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반대의 성격을 갖고 만났으니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용납하지 않으면 부부 공동체는 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티격태격 하면서도 오랜 시간을 그럭저럭 살아가는 부부는 불타는 사랑이전에 무엇인가 대단한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버드리 품바의 노래 중에 ‘내 사랑 웬수’ 라는 곡이 있다. 한 평생 살아가는 지겨운 당신.

이제는 떠나가 버렸으면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화가 나서 했던 생각이었어. 우리는 둘이 하나야 사랑 한다 사랑해 당신 너무나도 사랑해 너 없인 정말 못살아~

올 11월11일은 우리 부부의 28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결혼 후 25년 동안 아침밥을 준비해줬던 나를 위해 3년 동안 아침밥을 차려주었는데 앞으로 22년은 나를 위해 아침밥을 챙겨주겠다고 남편이 약속했다.

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정말 귀하고 값진 선물이다.
내 사랑 원수라 할지라도 우리 서로 아침밥을 차려주는 남편과 아침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내로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잘 살았으면 하는 것이 나이 들어가며 갖게 되는 나의 작은 소망이다.

<원혜경/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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