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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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신혼부부와의 만남

2017-12-08 (금) 노무홍/목사·오아시스 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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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네티컷 칼럼

지난주에 반가운 손님한테 연락이 왔다. 3년전 중국 연변대학 북한 통일 세미나에서 만난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의 샌디 김 여학생이었다.

현재 신혼여행 중인데 인사차 방문하겠다고 했다. 부모님 고향이 평양이었던 까닭에 북한에 관심이 많았던 여학생이었다. 나는 그 여학생을 반갑게 맞으며 그동안 근황을 물었다. 안타깝게도 2년 전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후 한국으로 돌아가 영어 번역 일과 탈북자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던 차에 그 학교 학생이었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둘만의 사랑을 꽃피우게 됐고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며 나에게 동행한 남편을 소개했다. 남편은 두만강변 꽃제비 출신으로 어린시절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어려운 생활을 하던 중 극적으로 탈출해 남한에 정착하게 되었다며 자기를 소개했다.


조건만 보면 미녀와 야수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이들 두 사람은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북한에서는 고아로 자랐기에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녀 본적이 없었는데 남한에 와서 탈북자 대안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를 거쳤고 작년에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하소연을 했다.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힘들 뿐만 아니라 졸업 후 일반 직장에 입사한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을 많이 겪고 있는 게 탈북자들의 현실이라고 한다.

남편은 사회에 나가서 자립 할 수 있는 제빵, 미용, 자동차 정비 등 기술 교육을 희망하고 있었다. 부인은 미국에 와서 살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보다는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정착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미래의 꿈을 밝혔다.

탈북자 사이에서도 미국 시민권 배우자와 결혼하면 모두들 부러워한다고 하니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학생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실력과 능력이 있으면 뭐든지 꿈꾸는 일에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한국에 이런 젊은 부부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지금 3만 탈북자 시대에 살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들이 한국에서 정착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사랑의 눈길을 보내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남보다 잘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미국이 원조한 국가 중 남의 나라를 돕는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우리 주변에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울 준비를 해야 한다. 탈북자를 한국에 정착 하도록 돕는 일이 통일 한국의 지름 길 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50년 동안 300배 국민 소득을 올린 한국이 이제는 가난한 이웃과 소외된 가정에게 베품의 미덕을 보내줘야 할 것 같다. “일생동안 모은 재산은 내가 노력해서 쌓아 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에게 베푼 것이 내가 모은 재산임을 알아야 한다”라는 나의 인생 좌우명을 이들 신혼부부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해본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북녘땅의 동포 및 탈북자 가정 모두에게 주님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

<노무홍/목사·오아시스 선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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