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촛불 집회, 그 후 1년

2017-12-02 (토) 김상준/비영리단체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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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가 1주년을 맞았다. 문제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촛불 자축파티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역 광장과 시청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촉구 집회를 가졌다. 촛불과 태국기 집회는 끊나지 않았고 진영간 망국적 패싸움은 그 골이 더 깊어 가는 것 같다..

국회는 여전히 파행 중이다. 여권의 적폐 청산작업은 정치보복이라며 야당은 국감을 전면 보이콧해 반쪽 국감이 진행되고 있다. 촛불은 합법적으로 당선된 대통령만 감옥에 넣었지, 정치권 지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고 불신과 혐오감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선언했다. 국민통합, 공존을 언급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두가 안심하고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취임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광주 5.18 기념집회에 내려가 보수진영이 껄끄럽게 여기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군중과 당당하게 합창했다. 그리고는 취임 첫 인사로 단행한 청와대 요직을 주사파와 전대협 출신들로 구성하고, 정부조직의 주요 인사는 주로 호남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국민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청사진에 기대하며 국민 모두가 염두에 두었던 탕평책과는 거리감을 느끼는 조치였다.

새 정부의 급선무는 확고한 안보와 경제를 효율적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두 부문 다 국내외에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가벼운 언행과 어설픈 정책으로 신임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최 우선 국정과제를 지난 두 정권의 9년간 적폐를 캐내 척결하는데 둔 것 같다.

대부분 부처에서 적패청산위원회가 꾸려지고 위원회 멤버의 상당수는 친 정부 좌파성향의 인사들로 임명하고 공무원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 결과 분위기는 흉흉해지고 위화감이 조성되는 상황이다. 국정이 제대로 이행 될지 의문이다.

각 부처에서 검찰에 의뢰한 적패 수사건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새 정부의 개혁대상 1순위이던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검찰은 정권이 바뀌자 또 권력의 충견이 되어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잡고 적패 수사에 앞장섰다.

이번 수사에 투입된 검사만 서울지검 검사 247명의 40%인 97명이나 동원 됐단다. 전 정권에서도 청와대 하명수사를 하다 2명의 자살을 불렀던 검찰이 이번에도 국정원 댓글 수사방해 혐의로 검찰간부 2명이 구속되고 현직 차장검사가 투신자살 하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에 사활을 건 것 같다.

현 상황을 볼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 검찰권력 분산으로 집약되는 문제인 정부의 검찰개혁 공약은 유야무야되고, 검찰 공화국이 계속 될 것 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감정풀이, 정치보복의 의심이 든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정권과 뿌리가 같은 안철수 국민당 대표도 문제인 정부를 향해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 정신이 없다. 나라를 잘되게 해야지 무슨 복수를 하려고 정권을 잡았나“ 라며 정부를 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이 그렇게 바라고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서약한 정치권의 협치는 물 건너가고 불신과 혐오감만 싸여 두 진영의 간극만 깊어가고 있다.

오늘날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부러워하는 10대 경제, 민주 강국 대한민국은 보수, 진보 두 세력이 만들어 냈다. 과거 잘못이 있다면 모두가 잘 못했고 잘했다면 모두가 잘한 것이다. 이제 두 세력이 통합해 미래 한국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것이 오늘의 시대정신이다. 그런데 또 편을 갈라 상대를 향해 적폐라며 청산을 해야 한다고 싸우고 있으니 국민들은 불안하고 답답하다.

이승만은 왕조의 계급사회를 없앴다. 민주정부와 자유경제 체제를 세우고 국민이 공산체제를 면하게 했다. 박정희는 원래 공산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경제개발로 국가 선진화의 기틀을 닦았다. 두 대통령의 공은 과를 덮고도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갈등, 반목, 분열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

<김상준/비영리단체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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