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면서 경찰이나 소방관들의 노고와 놀라운 희생의 이야기들을 자주 듣게 된다.
9.11 테러 현장에서 순직한 343명의 소방관들의 이야기와 남겨진 그들의 가족들의 아픔들, 현장에 같이 출동했던 동료들도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 때 순직한 소방대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이맘때쯤 고층건물 오르기 행사가 진행되며, 소방관 헬멧이나 티셔츠 반지 등에 이를 추모하는 마음을 새겨 그날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일깨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순직한 소방관과 민간잠수사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전해졌다. 그들을 위로하는 완전한 방법은 없겠지만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소중한 삶을 바꿔놓은 사건들을 기억하고, 그런 사고를 통해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에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혹자는 미국은 이민으로 이뤄진 나라로서 뿌리가 다소 빈약해 나름의 영웅을 만드는데 열중하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각종 히어로 영화들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소방관과 경찰관은 마치 슈퍼맨과 같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는 능력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은 공권력에 강하게 억눌린 세대를 지나왔고, 국민들과의 담을 허물고 친근함을 강조하다보니 교권이나 공권력이 미국에 비해 그 힘이 약화된 것 같다.
미국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여겨지고, 아니면 벌금을 받게 되는 불이익이 확실하게 법으로 되어있는 응급환자 수송시에 운전자들이 갓길로 차를 비켜주는 일이 한국에서는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제목으로 가끔 보도되는 뉴스를 보며, 쓴물이 코로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처음 미국에서 운전할 때 사이렌 소리에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법과 질서 그리고 정의를 위해 어디선가 열심히 제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많은 이들로 인해 이 나라는 안정감을 갖추고 있었고, 이제 나는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저 멀리 들리는 사이렌소리에도 그들의 진입방향을 예측까지 하며 제법 노련하게 차를 비켜 세우게 되었다.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법과 질서의 박자도 맞아가며 시간이 흐르며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낼 것이다.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되려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어느 나라 어느 인종을 불문하고 동일할 것이라 생각된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목숨을 사고 팔 수는 없는 그 이상의 마음들이 모였을 것이고. 그 마음들이 모여 큰 일들을 감당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이 작은 마을이 더 따뜻해지고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번 연말에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따뜻하게 구워낸 파이를 들고 아이와 함께 그 소방서를 방문할 생각이다. 나를 도와줘서가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애써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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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다미/갤러리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