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우디 왕국

2017-12-02 (토) 안영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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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여행 일정에서 마지막으로 가게 된 곳은 바르셀로나였다. 이곳에서는 때맞춰 카탈루냐 독립을 위한 데모가 시작되고 있었다. 2017년 10월1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다음 날로 예약이 되어 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외관만 보는 걸로 만족을 해야 했다. 외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동화속의 나무 가지마다 성경의 이야기를 곳곳에 걸어 놓은 숨은 그림 찾기 같았다.

건물 양옆으로 가우디 제자들이 세운 새로운 건축물들이 받쳐주고 있었지만 아직도 성당은 미완성이다. 모금이 모아지는 만큼 건물도 올라간다는데 바벨탑의 후예들답게 건축물을 더 높게 더 크게 짓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가우디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성가족 성당 건축에 일생을 바쳤다고 한다. 가우디의 3대 철학은 종교, 자연, 곡선으로 후대 사람들은 이해한다고 한다. 성당 주위의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 가우디의 독보적인 건물들은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카사 밀라는 밀라 가족을 위해 가우디가 지은 완성품인데 당시에는 최악의 건축물로 혹평을 받아서 가우디는 밀라 가족에게서 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독특한 곡선과 바닷속 해초를 철제 장식으로 꾸민 베란다가 특징이다.

구엘 공원은 더 동화적인데 화려한 모자이크로 된 도마뱀과, 헨델과 그레텔에서 따온 탁아소와 경비실인 마귀할멈의 집과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나무들 사이를 지나면 어느덧 동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구엘은 가우디의 경제적 후원자인데 원래의 계획은 부자들의 전원주택 단지 조성이었다가 무산되어 시민 공원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우디의 명성을 듣고 날마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가우디는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린다고 하며 나아가 스페인을 먹여 살린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해서 살고 싶어 한다는데 있다. 각각 특성이 다른 민족들이 독립을 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본다면 언젠가는 카탈루냐 독립이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2일이 되니 상점들은 문을 닫고 카탈루냐 국기를 걸었다. 젊은이들은 거리마다 모여들어 웅성거리고 차량들은 경적을 울려대며 길을 막고 통제를 하는 삼엄한 풍경이 펼쳐졌다. 어디라도 구경할 곳을 찾아 보려했으나 거리마다 막아서 있는 바리케이드로 갈 곳 없어진 이방인들은 데모대를 원망하며 큰 나라 우산 속에 그냥 있을 것이지 왜 멀쩡한 지도를 찢으려 하나 짜증이 났다.

그렇지만 카탈루냐는 언어도 스페인과 다르고 오랜 세월 차별을 당하며 살아왔기에 역사를 들여다보면 참았던 것이 표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거기에 스페인의 20%의 부가 카탈루냐에 편중돼 있다니 스페인으로서도 독립을 인정하기 어렵고 카탈루냐 사람들은 너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그러니 격렬한 독립운동은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축구 경쟁과 더불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영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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