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포츠의 힘

2017-11-29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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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반도 평화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은 “한반도 평화에 필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이지 ‘빨리 빨리’가 아니다.” 라고 하면서 북한 핵 위기에 대해 “우리는 이들을 대화의 자리에 끌어들일 때까지 끊임없는 페달을 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북한이 서로 대치된 지 어언 70여년, 이제 얼마나 더 많은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 남북한이 하나 되고 한반도에 긴장이 완화될 수 있을까. 아직도 한반도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면서 하시라도 불바다가 될 수 있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얼마전 뉴스에서 3주내에 북한이 모종의 대량파괴무기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또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한국시간 29일 새벽, 북한이 고도 4,500킬로미터 비행거리 960킬로미터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미사일은 1만 킬로가 넘는 대륙간탄도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얼마 전 아시아순방길에 올랐던 트럼프를 향해 ‘깡패 두목’이라며 트럼프에 막말을 해대던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트럼프가 북한을 또 다시 테러국으로 재지정한 것에 대한 분풀이일까. 연말도 없이 막나가는 북한의 도발이 어디까지 갈지 보기가 불안 불안하다.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북한군 병사 한 명이 남한으로 귀순한 사실은 북한의 실상이 얼마나 열악한지 증명하고도 남는다. 귀순 당시 이 병사는 북한병 추격조로부터 수발의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한국군 경비대대원들이 구출해 병원으로 이송하여 수차례 수술 끝에 겨우 생명을 건진 것으로 전해진다.

귀순하는 병사를 정전협정까지 위반하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추격한다는 건 도무지 납득될 수 없는 일이다. 동족간에 철천지원수처럼 살아온 한민족만이 겪는 불행한 현실이다. 언제나 이런 비극이 중단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내년 2월 한국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 대회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 북한 선수들도 함께 참가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스포츠의 힘에는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이유이다.

지난 1971년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석중이던 미국선수단을 중국이 초청하면서 이루어진 호전 관계로 연결된 양국간의 핑퐁외교도 냉전관계에 놓여있던 양국간에 수교를 트게 만들었다. 이제 평창올림픽은 70일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북한이 참가한다는 소식이 긴급 타전되는 일은 없을까. 이런 소식은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진한 감동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다.

남북은 언제나 스포츠로 화해의 물꼬를 터온 역사가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 남북한선수단의 공동입장은 전세계 참가인들을 감동시키며 기립박수까지 불러일으켰다. 이때 우리는 얼마나 감격하며 눈물을 흘렸는가. 친선과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이보다 더 극적으로 표현되는 순간은 없다. 이후에도 남북은 여러 국제적 경기에서 공동 입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구촌에 극한 감동을 전했었다.

얼마 전 유엔총회는 평창 동계올림픽때 모든 참가 선수단과 관람객들의 안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개막 1주전부터 패럴림픽 폐막 1주후까지 휴전협정을 거의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남북한 민족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같은 핏줄이다. 양 선수단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기장에 입장한다면 얼마나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겠는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뛸 일이다. 그런 날을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가다 보면 차베스 추기경의 말처럼 분명 머지않은 국제적 경기에 북한도 꼭 참가해 화해의 기틀이 마련되면 한반도에 평화의 길이 보이고 평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힘이다.

언제나 북한이 문호를 활짝 열어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트리가 화려하게 장식되고 오색 불빛이 현란하게 켜지고 캐럴이 울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까... 이런 날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가슴만 타들어간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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