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훈훈한 연말을 기대하며

2017-11-27 (월) 서승재 취재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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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추수감사절 연휴로 시작되는 본격적인 할러데이시즌이 돌아왔다.

맨하탄 곳곳엔 이미 벌써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거리고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타임스 스퀘어와 5애비뉴에는 관광객들과 샤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언제나 듣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상점 윈도우마다 붙어있는 연말 할인 포스터는 없는 지갑도 탈탈 털어 무엇인가를 사고 싶게 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잠시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면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할러데이의 장식물에 가려 잊혀져 있는 소외된 이들이 있다.

외딴 뒷골목 거리 위에서 잠자리를 청해야 하는 노숙자들 이야기다.
연말이 되면 더 외로운 이들, 추운겨울 한기가 가득한 바닥에 박스를 깔고 구름을 이불 삼아 자야 하는 이들, 혹자들은 노숙자들이 ‘게을러서’ 또는 ‘살 의지가 없어서’ 노숙자의 삶을 ‘자청’한 것이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업 파산이나 가정파탄 등 안타까운 개인사를 이유로 한순간 노숙자로 전락한 이들 일 것이다.

일자리를 잃고 렌트를 수개월째 못내 퇴거를 당하고 나면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숙자이기를 자청했다기보다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도 이맘 때이면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느낄 수 없는 밖에 없다.

수년 전 한인사회의 독거노인 실태를 취재했을 때이다. 연말 찾아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급식배달원의 현관 벨 소리에도 설렌다는 한 할머니의 말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기자의 손을 끝내 놓지 않았던 그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아있다.

2017년 한 해도 어느덧 한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올 한해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소외되고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을 보살피고 함께 나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흥청망청 한해를 흘려보내기보다 잠시 고개를 돌려 우려 주위의 불우이웃에게 작은 온정이라도 베풀 수 있다면 그만큼 더 훈훈하고 풍요로운 연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승재 취재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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