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해할 수 없는 것들

2017-11-24 (금)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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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민와서 여러 가지 합리적이고 좋은 점도 많이 보았지만 30년 가까이 살면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총기규제 문제와 서머타임 그리고 핼로윈데이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는 총기사고로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당하고 있는데 정치하는 이들과 총기업으로 이익을 챙기는 이들 때문에 엄격한 규제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내 총기가 3억정이 넘는다고 한다. 총기업자들은 앞으로도 더 많이 생산해낼 것이고 미성년자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 손쉽게 총기를 구입한다면 불안감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헌법 조항 때문에, 자기방어를 위해 규제할 수 없다고 옹호론자들은 말한다. 위험에 처한 몇 사람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의 희생을 막아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의회 정치가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먼저 챙기지 않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의회정치가 개인의 정치적 이권이나 자기 당의 세력 굳히기에 몰두한다면 민주정치의 심각한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일찍이 미국이 농경생활이 주업인 시대에 해가 긴 여름철에 좀더 일찍 일어나 일하러 가자는 취지로 프랭클린이 주장한 것을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 이민 온 많은 사람들이 봄, 가을 두 차례 시계바늘을 앞으로 할 것인지 뒤로 할 지 헷갈린다. 시계바늘을 잘못 돌려 약속시간을 놓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터득한 요령은 여름이 오면 모든 것이 느려지니까 바늘 한시간 앞으로 맞추고 겨울에는 오그라드니까 분침을 한시간 당겨 놓는다. 손목시계의 나사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갑자기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생체리듬에 따라 서서히 살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핼로윈이 죽은 성인들을 기리는 종교행사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미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10월의 마지막 밤, 밖에 나가기가 두려워진다. 괴기스런 복장과 으스스한 가면을 쓰고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은 어쩐지 피하고 싶다. 한국은 너무 쉽게 제도를 자주 바꾸고 미국은 답답하리 만큼 옛 것을 전통이라 포장하여 고집하는 것은 아닐런지.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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