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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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리 족

2017-11-18 (토) 최원국/비영리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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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근래에 와서는 복잡하지 않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책을 펼쳐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을 찾기가 힘들다. 대중교통 수단 안의 풍경을 보노라면 선 사람이나 앉은 사람 대부분이 정수리만 보인 체 스마트 기기에 몰입하고 있다. 머리를 숙이고 화면에 몰두하고 있어 누가 옆에 왔는지도 모르고 있다. 이른바 ‘수구리 족’들이다. 기자들이 머리를 숙이고 스마트 기기를 보는 사람들을 ‘수구리 족’이란 말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 도로에서 스마트기기를 보면서 걷다가 거기에 온 정신을 팔려 앞을 못보고 호수에 빠져 익사한 매스컴의 영상을 보기도 했다. 횡단보도에서의 차량사고, 지하철역에서 철로로 떨어져 긴급구조 하는 등 스마트 기기로 인하여 우리 생활주변에 안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부부가 한 침대에서도 휴대 전화로 서로 문자 메시지로 주고받는 대화부터, 아이들은 자기 방에 틀어박혀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약자로 대화하고 있다.

밥 먹는 식탁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대화 없이 수그리고 밥을 먹는 사람들, 버스, 택시 기사,병원, 교회, 은행, 학교 등 어딜 가나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에는 그 스마트기기의 조그마한 화면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수구리 족 뿐이다.


몇 시간씩 자라목 같이 앞으로 뺀 구부정한 자세로 계속 있으면 목 디스크가 생기고 거북 목 중후군으로 어깨가 결리고 팔이 쑤시며 특히 흔들리는 차속에서는 눈에 무리가 가 시력이 나빠지고 있다. 목을 계속 숙여 줌으로 목에 주름이 더 빨리 생겨 얼굴 보다 더 나이를 들어 보이게 한다고 의사들은 말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타운에 한 부락 건너 통증센터가 생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얼마 전 나는 차량 정비소에 간적이 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나를 쳐다 보지도 않고 소파에 앉아서 목을 수그리고 열심히 스마트폰 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종업원이 무슨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이 보여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한참을 기다렸다. 한 참 후에야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어떻게 왔느냐고 시큰둥하게 물어 왔다. 왜 이 귀중한 분위기를 귀찮게 하느냐는 듯했다.

식당에서도 종업원이, 주유소 직원이, 상점 종업원이 한가한 시간에 스마트기기에 몰두하고 있다가 손님 들어오면 즉시 안내받은 경험은 있었지만 이처럼 길게 기다려 본 적은 없었다. 다시는 이 정비소에 오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스마트기기로 인하여 손님이 왕이라는 세상은 지나간 것 같다. 손님은 종업원의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존중하여 기다려야 하는 세상이 오는 것일까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에 첨단 통신장비가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주고 있지만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생활방식을 변화시켜 친구와 가족 간에 대화를 막고 인간 소통에 장애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진동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진동이 울리는 것처럼 유령 진동을 느껴 유령진동증후군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더하여 ‘노모포비아’ 족이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노모포비아(nomophobia)란 (NO MOBILEPHONE PHOBIA의 합성어) 휴대 전화가 없으면 불안해 지고 심지어 공포심까지 느껴지는 증상을 말한다. 이와 같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질환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수구리 족이 생기고 있다

나도 스마트 폰을 가진 다음부터는 외출할 때 문 앞에서 주머니에 세 가지가 있나 꼭 확인하고 나간다. 지갑, 열쇠, 스마트 폰이다. 외출하여 다니다가 이 한 가지라도 없으면 왠지 마음이 불안하다. 옛날에 다 경험했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는 그 나라 민족이 지배하여 국가를 통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단일 수구리 족이 정치 집단을 만들어 전 세계를 통치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원국/비영리기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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