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 명성교회의 대물림

2017-11-18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크게 작게
나이 70이 넘으면 어느 정도 인생의 하반기로 들어간다. 어쩌면 인생의 종반기로 들어간다 해도 될 거다. 70년 동안의, 간간히 있었던 허물도 용서받을 나이쯤이 아닐까. 이 때부터는 노욕(老慾)도 줄여가며 살아야 할 나이다. 자신이 쌓아온 업적을 정리할 때도 된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대물림해 줄 계획도 세워야 한다.

자식에게의 대물림.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자신이 고생고생하며 벌어들인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아름다운 세습이다. 특히 사유재산권이 보호받는 자유민주국가에서는 더 이상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편법 대물림, 즉 손자손녀에게까지 대물림해 탈세하는 것 등은 피해야 할 대물림이다. 사기성 대물림이기에 그렇다.

한국 교계에선 요즘 서울, 명성교회 담임목사의 대물림(세습)이 화제중 화제다. 김삼환목사(72). 제1대 목사다. 그는 한국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해외동포들에게까지도 존경받던 인물이었다. 교회협의회 주최의 할렐루야 대회 강사로도 와 교인들에게도 퍽이나 익숙한 얼굴이다. 그런 그가 결국 아름답지 못한 세습을 해 버렸다.


아들 김하나목사. 뉴욕에서 모 교회의 전도사로 있으며 학교를 다녔다. 그가 서울명성교회 제2대 담임목사가 됐다. 서울의 명성교회는 교인수 10만명에 1년 예산이 1,000억원이다. 초대형교회 중 하나다. 절대 대물림을 받지 않겠다던 김하나목사(44). 절대 세습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김삼환목사. 이젠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예수가 이 대물림을 보면 무어라 말할까. 잘했다 칭찬 할까. 한국 초대형교회의 대물림.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세습을 탓할 일이 못된다. 어쩌면 한국의 보수 진영이 엉망진창으로 찢어져 있는 지금의 상황도 한국 교회의 이런 부패상에 영향 받았는지도 모른다. 사회를 선도해야 할 교회가 더 엉망이다.

허물도 용서받아야 될 나이 72세에 44세 아들에게 교인 10만명과 연 1,000억원의 헌금을 대물림한 김삼환목사. 교회가, 교인이 무슨 사유재산인가. 절대 아니다. 김삼환목사, 그는 이번 세습에서 “큰 교회는 십자가”란 표현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럼, 끝까지 자신이 십자가를 져야지. 왜 아들에게 십자가를 지게 만들었나.

십자가는 예수가 골고다 산상을 향해가며 졌던 나무십자가다. 자신이 달려 죽어야 할 저주의 십자가다. 그런 십자가인데, 김목사가 아들에게 넘긴 십자가는 황금으로 된 십자가가 아닐까. 교인 10만명과 1,000억원으로 둘러 싸여진 황금 십자가.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피를 흘렸다. 명성교회 십자가에선 피 대신 황금이 쏟아질 것 같다.

500년 전 가톨릭교회 개혁을 외쳤던 루터, 쯔빙글리, 칼빈이 초대형교회들의 대물림을 보곤 무어라 말할까. 이 대물림도 하나님의 뜻이라 말할까. 아님, 말은 못하고 한숨만 짓고 있을까. 한국의 초대형 교회만 대물림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주의 대형 한인교회도 대물림을 하는 교회가 있다. 교회가 무슨 장사하는 곳인가.

대물림을 해서 상권(商勸/business power)을 이어가듯 하니 그런 것 아닌가. 한국교회의 세습은, 특히 대형 혹은 초대형교회에서 이루어진다. 교파에 관계없이, 감독과 총회장을 지낸 목사들이 시무했던 교회가 대부분이다. 아직 3세 손까지 세습된 교회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것도 세월이 흐르면 대물림이 될 것 같아 난감해진다.

이런 초대형 교회들의 세습을 보면 미국연합감리교회(UMC)의 감독 파송제가 좋은 것 같다. 감독이 목사를 파송한다. 대물림. 있을 수 없다. 파송제도 약점은 있다. 감독의 권한에 의해 목사가 이리저리 옮겨 다니니, 교회 부흥에 영향을 준다. 그래도 대물림 되는 교회들 보다는 더 순수하고 깨끗한 교회들로 남게 되지 않을까.

대물림을 하는 목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대물림 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교회는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교회는 결코 사유재산이 될 수 없다고. 나이 72세에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 김삼환목사. 허물을 씻을 나이에 허물을 더한 것 같아 안타깝다. 국내외로 존경받던 인물. “김삼환목사도 별수 없구나!”란 말들이 오고간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