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와 기억과 감사

2017-11-15 (수) 김해종 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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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지난 일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그 교훈을 후대에 물려주며 바로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에 ‘history’라는 단어에는 '이야기(story)'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후대의 학자들이 자기의 시각과 이념적인 색안경을 쓰고 편집하고 각색한 역사보다 그 시대를 살고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story)가 더욱 힘(Powerful)이 있는 것이리라.

본인은 일제치하에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고, 2차 대전을 경험했고, 우리나라의 8.15 해방 그리고 6.25 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경험한, 이제 그 수가 점점 줄어 가고 있는 세대 중의 하나로 많은 지난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歷=지날 역) 사람이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국회에서 한 연설을 들으며 나는 많은 감동을 받았다. 피비린내 나던 6.25 전쟁에서 한국을 지켜준 피의 형제 ‘혈맹’을 상기시켜 주며 ‘국민의 미래가 핵폭탄을 소유하는데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독재자 밑에 자유도 없고 빈곤과 억압 가운데 살고 있는, 암흑에 쌓인 북한이 언젠가는 남한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과 평화를 누릴 수 있을 날이 오기를 바란다’ 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일부 계층을 제외한 북한 국민의 처참한 삶에 대해 열거할 때 CNN방송이 “그런 이야기는 거기에 있는 국회의원들과 한국 사람은 다 알고 있어. 필요 없는 이야기”라고 비난 하는 말을 들으며, 그러한 진실을 외면하고 잘 살고 있는 오늘의 한국을 지옥 같다고 ‘헬 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늘날 남한에 많이 있다는 불행한 사실을 슬프게 생각했다.

그런 맥락에서 역사를 기억하고 과거에 받은 은혜를 기억한다는 일이 얼마나 귀중한 일인가를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우리의 기억은 짧다. 그러기에 그 기억을 제도화하고 구조화하여 때때로 상기시켜 주는 ‘기념일’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100년 전에 일차대전을 끝맺은 날 11월11일을 ‘휴전일’로 정하고 기념해 오다가 포드 대통령의 안으로 1978년부터 11월11일을 ‘참전용사의 날(Veteran’s Day)‘로 정하고 지켜 오고 있다.이 날은 미국에 와 사는 우리에게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내걸고 지켜야 할 ‘혈맹’의 기념일이다.

기억 한다는 것은 곧 감사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Thank라는 말은 ‘생각한다, 기억 한다(think)’ 라는 말과 어원을 같이한다. 이제 감사절이 다가오는 이 계절에, 우리는 오늘의 우리나라가 있음은 그들의 희생과 ‘혈맹 참전용사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그 은혜를 감사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사절에는 우리 나라를 지켜주신 역사의 섭리자 하나님의 은혜도 감사해야 한다.

<김해종 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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