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에 흥행하였던 영화 ‘Out of Africa’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덴마크 소설가 Karen Blixen의 자서전을 영화화 한 것이다. 1885년에 태어난 그녀는 27세 때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이주하여 결혼했으나 바람둥이 남편에게서 옮은 성병으로 일생을 고생하였다.
이혼을 하고 The Karen Coffee Company를 운영하였으나 실패하고, 46세에 귀국하여 77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녀가 살던 나이로비의 인근마을은 Karen이라 불리어 졌고, 그녀가 살던 저택은 덴마크 정부가 케냐의 영국으로부터 독립축하 선물로 기부되어 지금은 Karen Blixen Museum이 되었다.
지난여름 사파리여행을 할 때 이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1888년부터 거의 75년을 유럽인들의 학대와 착취를 받은 케냐의 참담했던 역사는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간혹, 원주민들을 보살펴 주었던 백인들도 있는데 Karen Blixen 도 그 중 한 사람으로 주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한다.
기분 좋은 이야기로 시작된 이 여행은 아프리카에서 ‘Big Five’ 라 불리는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 외에도 하이에나와 기린, 얼룩말과 임팔라, 톰슨 가젤 등 크고 작은 짐승들이 함께 어울리며, 작은 새들이 큰 짐승의 등 위에 앉아 쉬는 등 평화로운 모습에 흐뭇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 타운에 갔을 때엔, 6년 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세계 기독교 여성 모임 참석 후에 들렀던‘노예박물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1679년에 세워진 건물에는 네덜란드인들이 각 곳의 원주민들을 잡아 가두었던 곳으로 약 9,000명의 노예들과 죄인, 정신병자들이 함께 숙식하였다 한다. 그 곳에 처절하고 비참하게 살다가 간 영혼들이 머문 듯 했고, 인간의 탐욕이 불러 온 인류최대 비극의 서곡이 담겨진 성역인 듯 하여 전율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미 대륙을 향해 몇 달씩 항해 할 때에 통조림의 멸치들처럼 차곡차곡 배 밑에 쌓여지고 묶여 한 자리에 누인 채 제한된 식사와 배설을 해야 했으니 병들어 죽은 수많은 시체들은 바다에 던져졌다. 살아남은 자는 노예시장에서 가축처럼 팔렸으니 산 것이 다행이라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노예박물관 대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27년의 구금생활 중 18년 동안 감금되었던 로벤 섬(Robben Island)를 방문했다. 한 시간 정도 사나운 파도를 헤치고 도착한 섬은 이제는 UNESCO 지정 박물관이 되어 세계에서 수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 소위 정치범들이 갇혔던 이 섬 부두 벽에는‘자유는 수갑을 채울 수 없다’라고 크게 쓰여 진 글 옆에 만델라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27년의 옥중생활에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을 통해 비폭력시위로 결국 백인들로부터 평화롭게 정권이양을 받아 낸 그를 기리는 포스터와 가게마다 즐비하게 진열된 만델라 기념품들은 국민들로부터 그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로벤 섬 역시 성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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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