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과 핵무기가 없는 세상

2017-11-11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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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칼. 총이란 무기가 나오기 전에는 칼이 전쟁도구였다. 활도 있었고 창도 있었다. 무기다. 무기 없이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전쟁이 나면 지는 쪽은 노예의 나라가 된다. 조공을 바쳐야 하고 사람도 바쳐야 한다. 특히 여자들은 더 당했다. 어린 여자들은 성의 노예가 돼 끌려갔다. 힘없는 나라의 비극적 상황이었다.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선 자신을 보호하기 힘들다. 그래서 총을 갖게 했다. 자기방어를 위해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 총이나 칼이다. 특히 총은 칼보다 더 위력이 세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당방위를 목적으로 총기를 소유한다. 전쟁이나 폭력이 발생할 경우 민병대의 역할로도 총기는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그 총기는?

트럼프대통령의 말마따나 정신이상자의 손에 들리어 무고한 사람들을 헤치고 있다. 그래, 총기소유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치자. 그럼 팔지를 말아야지. 총기 규제. 구호뿐인가. 대통령마저 총기소유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텍사스 교회에서의 총기사고. 총기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라 범인의 정신건강문제로 생긴 사고란다.


총기규제를 억제하기 위한 단체가 쓰는 비용. 1년에 200만 달러가 넘는다. 총기규제를 해야 한다는 단체의 예산규모. 1년에 20만 달러 정도다. 10대1의 비율. 총기규제. 목소리만 크다. 총기사고가 일어날 때 마다 외치는 소리들. 허공에 맴돌 뿐이다. 그 때 지나가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모두 망각해 버리고 만다.

무기. 잘 쓰면 무기(武器/weapon)요 잘 못쓰면 악기(惡器/ devil weapon)가 된다. 악기는 악마의 기구다. 평화를 원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사용하게 될 무기. 평화의 무기다. 평화를 헤치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사용하게 될 무기. 악마의 무기가 된다. 같은 무기라도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가 부여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좋았다. 장사하는 사람의 기질을 충분히 발휘했다. 무엇보다 수조원대의 미국산 무기판매를 성사시켰다. 수조원대면 수십억 달러다. 한국의 국방부와 방산업계의 보고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36조 360억 원의 무기를 수입했다. 미국산 무기다. 자체방위를 위한 무기수입이다. 정당방위성 무기수입이다.

한국 국민의 안위와 국토방위를 위한 무기 수입. 좋은 거다. 더더욱 아시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무기수입. 더 좋은 명분이다. 그런데 한국 1년 국방예산 40조원 가운데 무기 사고 나면 남는 게 무얼까. 대한민국정부 1년 예산 약400조원. 국방예산은 그에 10분의 1.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정부예산이다. 잘 써야 하지 않을까.

지루하게 끌던 제2차 세계대전. 동에선 일본이, 서에선 독일이 전쟁에 앞장섰다. 1937년 7월7일. 일본의 중국침공. 1939년 9월1일. 히틀러 나치 독일군의 폴란드 침공. 2차 대전의 시작점이다. 1945년 5월9일 독일이 연합군과 소련군에 항복. 일본은 미국에서 날아간 두 개의 핵무기 폭탄 투하로 무조건 항복. 1945년 8월15일이다.

무기가 없으면 전쟁에 이길 수 없다. 군인이 총기 없이 전쟁에 나갈 수 있나. 일본의 항복. 미국의 핵무기 하나로 전쟁이 종식된 거 아니었던가. 세계평화를 위한 핵 공격이었다. 명분이 있었다. 200년 전. 아리조나 카우보이들. 그들에겐 총이 필요했다. 소와 말들을 훔치려는 강도들의 총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약 100명의 목숨이 총기로 인해 사망한다. 미국에서다. 총기자살 50%, 총기사고가 40%이상이다. 연 35,000명이상이 총기로 목숨을 잃는다. 교통사고 사망자에 이어 2위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1791년 제정됐다. 미국에 민병대가 필요했던 200년 전 법이다. 아직도 민병대가 필요한 지역이 그렇게도 많은가. 공염불이 되지 않을 총기규제의 뒷받침이 아쉽다. 21세기. 이젠 총이 아니라 핵무기다. 악기(惡器)가 언제 돼 버릴지 모를 핵무기. 총과 핵무기가 없는 세상. 언젠가는 오지 않으려나. 누군가 말한다. “꿈 깨라!”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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