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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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이슬람

2017-11-10 (금) 김인영/ 선교사·파키스탄 ZB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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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네티컷 칼럼

커피의 씁쓸함, 구수함, 신맛…등 오묘한 맛이 어우러진 매력과 그 향기에 매료되어 오늘 하루도 시작한다. 이 놀라운 차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에디오피아에서 시작된 커피는 이집트와 아라비아, 중동을 거쳐 유럽에 전파되었다. 중동에서는 중세기에 종교적인 명상과 수피 종파의 수행을 위해 무슬림들이 즐겨 마셨던 차였다.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는 중동의 무슬림들이 향유하며 개발되었던 음료였다.

지구의 또 다른 모습을 살펴보자.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의 세계 무역 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붕괴되고 미국 국방부 펜타곤이 공격을 받아 약 2996명의 사람이 사망하고 최소 6천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이 끔직한 반인륜적 범죄의 배후는 알카이다 무슬림 테러그룹이었다.


커피와 이슬람 테러, 서로 관련이 없는듯한 두 문명의 현상이 우리의 시야에 중첩되어 다가온다.

8세기부터 13세기까지 바그다드의 아바시 왕조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지식과 과학을 바탕으로 이슬람의 황금기를 꽃피웠다. 한편 유럽은 529년 동로마 제국의 저스티니안 (Justinian)황제의 아테네 철학 학교를 폐쇄한 후 점차 지적 전통이 사그러들면서 중세기의 암흑기로 접어들게 된다.

반면 중동 이슬람지역에 보존 되고 전달된 고대 그리스 로마의 지적 유산은 아랍어로 번역되고, 그 번역된 책들이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에 전파된 후 라틴어로 번역 되면서 유럽으로 전달되었다. 그러자 유럽은 오랜 중세기의 지적 동면에서 깨어 새로운 시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바로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시대, 즉 그리스 로마의 지적 유산의 재발견과 부흥을 맞이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유럽에 고대의 지적 유산을 전달한 중동의 이슬람 문명은 12세기의 정통파 신학자이자 수피(Sufi)인 알가잘리와 14세기의 복고주의자 이븐 따이미야 등을 거쳐 전통 복고주의로 기울고, 철학과 인문, 과학 등의 지적 유산을 멀리 하면서 문명의 쇠퇴기에 빠지게 된다.

근대로 넘어와 이 흐름은 사우디 왕조가 청교도적인 이슬람세력인 와합비즘과 정치적 결탁을 하며 오일 달러의 경제력을 힘입어 전세계 수니 종파를 와하비즘으로 이끌게 되었다. 근대 이슬람문화는 더욱 과학 기술과 인류의 지적 유산에 반하는 흐름으로 치닫게 되어 결국 서양의 발전된 문명과 식민주의에 굴복하게 되고 지적,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으로 비참한 패배를 맛보면서, 아랍의 자긍심은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커피와 이슬람 테러는 이슬람 문명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보여준다. 커피는 황금기를 맞은 이슬람 문명이 인류에게 선사한 멋진 선물을 상징하는 반면 테러는 쇠퇴를 맞이한 이슬람 문명이 굴욕 속에서 인류에게 떠 넘기는 무거운 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이 2016년 4월부터 사우디의 개혁을 위한 vision 2030을 선포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달 행한 그의 선언은 이슬람 문명의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사우디 아라비아는 전 세계와 타종교들에게 열려있는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회귀하고 있다...... 우리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곧 끝낼 것이다.”

우리 모두는 무슬림들이 인류애와 평화를 가르치는 종교의 근본적인 메시지에 부응하며 평화와 공존의 길을 함께 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김인영/ 선교사·파키스탄 ZB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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