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를리너의 라이프 스타일

2017-11-04 (토) 천세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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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 달 베를린에 머물며 여러 도시를 다녔다. 5년마다 열리는 권위 있는 현대미술회 카젤 도큐멘타 여러 장르와 세계 각국 작가들로 100일 동안 열리는 소도시는 미술 애호가들이 펼치는 예술 축제의 장이다. 독일 중부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는 올해 14회째로 1955년 창설되었을 당시 작품은 피카소 칸딘스키 근대미술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초 추상화였다.

이 행사는 매년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 팝미니멀, 컵셉셜 아트, 개방성을 변화무쌍하게 표현, 정치 및 사회, 시대적 역사의식을 주제로 하고 있다. 독일 미술사 나치즘으로 억압당했던 예술을 자유주의 미술로 전환시키면서 이제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10년만에 열린 이번 행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도시 공공미술의 장으로 도시 전체가 그야말로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소개되는 거대한 전시장이다. 게다가 거대한 조각상이 건물들 사이로 설치되어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고 난후 또 다시 걸어도 전시는 온종일 끝없이 이어진다.


고풍스런 건물과 현대 건물과 시대를 앞서가는 조각 설치작은 마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공동작업 협주곡을 자아내듯 조화롭게 혹은 산뜻하게 전시 되었다. 이는 작품아래 작가의 바코드 검색 셀폰을 읽으며 감상하는 디지털 세대들과 종이 레이블(label) 아나로그 세대 모두가 다 즐길 수 있는 기상천외의 예술작이 아닌가?

베를린 아트위크인 9월 중순 5일 동안 베를린 전 지역의 미술관에서는 회화, 디자인,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작품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 오프닝 때는 관람자들이 마치 클럽에 온 듯 DJ가 음악을 틀어 흥겨운 분위기 속에 모두 샴페인을 들고 라운지에서 대화를 한다. 이처럼 갤러리 전시장은 예술작품과 패션, 음악, 음식, 이벤트 등이 어우러진 하나의 파티장처럼 변해가는 추세이다

그 옛날 파리쟌느에서 뉴요커, 지금은 베르리너로 작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되었다. 현장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자유로운 의식과 열린 사고를 갖고 다문화를 받아들이며 난민 수용 정책이나 지구 환경문제, 친환경 에너지의 생활화 및 나아가서 지구촌 인권문제 등에 관한 관심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독일은 시민의식이 강하고 전철에서 대부분 책을 읽고 실용성과 근검, 절약정신이 강한데 이들 모두 라인강의 기적으로 경제부흥을 이룬 부모세대의 생활철학을 보며 자란 젊은이들이다. 독일 친구 울리는 한 달 동안의 여행 스케줄을 다양한 정치, 종교색채를 담은 문화 예술의 기행으로 만들어 주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어서 마틴 루터 추모 콘서트 기념행사 예배에 참석했다. 오래된 교회의 스테인글라스 불빛과 성가대의 전통적인 찬양음악은 매우 성스러웠다. 도심속 예술가가 제작한 빛의 설치로 성전에서 30분간 빛이 조명처럼 몇 차례 바뀌면서 침묵으로 명상하는 예배를 보았다. 교회에서 그림 그리기, 공예교실, 요가와 함께 티를 마시며 심신을 여유롭게 하는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여성 목회자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교회는 다문화를 수용하는 나라 선진국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 같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곳이다.

나는 또 인간의 존엄과 가치, 남녀 평등권과 자유와 평화, 정의를 위한 세계인권선언문 발표식에 참석했다. 매달 시립도서실에서 개최되는 각 나라 모국어로 하는 행사에 한국어로 제13조를 낭독하였다.

1. 모든 사람은 각국의 경계내에서 자유롭게 이전하고 거주할 권리를 갖는다 2. 모든 사람은 자국이나 다른 나라를 떠나거나 자국에 돌아갈 권리를 갖는다.

이번 여행을 만들어준 베르리너 울리와 29년 우정의 교환은 크나큰 생의 선물로서 문화예술로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천세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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