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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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생각

2017-11-04 (토) 전미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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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 자문위원 글마당

가을 하늘에는 고향이 담겨 있다. 한 조각의 구름도 나의 그리움을 싣고 흘러간다. 나의 고향은 아름다운 자연만이 조용히 숨 쉬는 비무장지대(DMZ)이다.

강원도 고성군 초구리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살았던 시절이 내가 회상하는 가장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금강산의 단풍이 빨갛게 떨어지면 우리 마을은 하얗게 눈으로 덮인다. 여름이면 모래사장에 줄지어 붉게 피던 해당화, 그 열매를 꾀어서 목에다 걸고 새들과 뛰어놀며, 조개도 잡고 미역을 건지던 고향바다.

그곳을 떠나 온지 67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내 생전에 돌아갈 수 있는 날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내가 살던 고향땅의 사진이 너무도 선명하게 찍혀 인터넷에 떴다.
내가 태어나서 살던 집 가까운 곳의 호수(감호)와 산(구선봉), 바다, 기찻길 등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이는데 구선봉 아래 호수에서 바닷가 남쪽으로 4분의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우리 집과 어린 시절의 친구들, 그리고 이웃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추석에는 물을 떠놓고 달을 보며 절을 하고 소원을 빌던 아낙네들, 놋대야에 물을 붓고 바가지를 엎어서 장구를 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던 사람들, 그네 타고, 팽이를 돌리던 아이들과, 신고산타령을 구성지게 목청 높여 부르던 아저씨, 모두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순회공연을 다니던 무용가 최승희 춤에 반해서 무용가의 꿈을 키우기도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도라지 춤(나뭇군과 나물캐는 처녀)은 최승희의 본을 딴 것이다.
6.25 전쟁으로 부산에 피난 와 살던 때 나는 청운국민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산 5,6 군 병원의 상이군인들을 위한 위문 단원으로 뽑혀서 도라지 춤을 추게 되었다. 나에게 이 춤은 한 무용가( 최승희)가 남긴 유산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도 그 춤을 자신 있게 잘 춘다고 자랑한다. 하!하!하!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생명 값은 다 한 것 같은 뿌듯함에 지금도 꼬마 위문단이었던 나를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명언을 상기하면서...추억은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지난 일들이 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좋은 것만 골라서 회상하다 보면 나의 하루가 즐겁고 행복해진다.

나는 오늘도 세상을 보는 거울인 하늘을 보며 걷는다. 그리고 아름다운 내 고향 강원도 고성을 그려보며 기도한다. 장차 한 민족을 살릴 보배가 되라고...
얼마 전 나는 ‘해당화’라는 시를 썼다. 나의 고향 바다 자연에서 묻어온 정서가 아닐까 생각되어 고향을 그리며 다시 한 번 읊어 본다.

해당화
바닷가 외딴섬 저 멀리서/ 물새와 해당화는 사랑을 했습니다/
해당화는 물새의 노래 소리 들으며 피어나고/ 물새는 해당화 향기에 취해 날았습니다/
어느 날 폭풍이 불어와 물새는 목매어 울며 날아갔습니다/
바람이 힘겨워 고개 숙인 해당화는/ 빨간 꽃잎을 날리며 인내의 열매를 키웠습니다
님이여/ 당신은 물새/ 나는 해당화
우리의 사랑은 바닷가 외딴 섬 저 멀리에 숨겨진/ 전설이련가/
오늘도 물새는 나르고/ 해당화는 붉게 피네요/

<전미리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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