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사의 달에 슬퍼지는 이유

2017-11-04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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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감사한 일이 많다. 그러나 감사하지 않을 일도 많다. 11월. 감사의 달이다. 우선 조건 없이 감사할 일들이다. 빛이 있음이다. 빛은 태양에서 전달된다. 빛의 고마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돈 한 푼 안 낸다. 오히려 빛을 통해 인간은 돈을 벌어들인다. 태양광을 이용한 사업 등에서다. 빛, 빛이 없으면 인간은 죽는다.

공기. 공기는 산소를 포함한다. 공기 중에 산소는 무한량이다. 사람은 산소를 호흡해야 산다. 사람뿐이랴.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지구 안에 있는 공기들. 돈 안내고 들여 마신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산소를 약 5분 정도 안 마신다. 사람은 뇌사상태에 빠진다. 나무들. 산소를 내뿜는다. 그래서 산에 가면 기분이 상쾌해 진다.

물. 물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은 많다. 아프리카 등 사막지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미국 내륙지역에 사는 사람들. 물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뉴욕의 아파트는 물세가 없다. 록펠러 덕분이다. 이 땅에 물이 있음으로 생명체는 유지된다. 물도 별로 큰 돈 들이지 않고 마실 수 있다. 감사한 일 중 하나다.


빛, 공기, 물. 인간에겐 필수품이다. 필수품이 아니라 없으면 죽는다. 물. 공기. 빛 외에도 사람이 감사할 일은 대(大)자연이 있음이다. 얼마 전 미시건주에 자동차로 다녀왔다. 미시건호에도 가봤다. 끝도 없이 펼쳐진 청정의 미시건호. 대자연의 일부다. 미시건주는 대 평원의 땅을 안고 있다. 땅을 품고 있는 대자연. 감사하지 않은가.

이렇듯 사람은 자연을 통해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사람에게 감사할 일을 막아 버린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등. 감사할 조건을 주는 부문도 있지만 사회는 점점 삭막해 가고 있다. 삭막 정도가 아니다. 공포의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어난 뉴욕시내에서의 테러. 8명이 죽고 15명이 부상당했다.

2001년 9월11일. 항공기로 폭파된 뉴욕의 쌍둥이 빌딩 테러. 2996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6,000여명. 16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었다. 눈물은 말랐다. 왜, 무고한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야만 하는가. 누가 이 사람들을 죽였나. 무엇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가.

테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을까. 테러를 막을 대안은 없을까. 혹여 빈익빈 부익부. 종교분쟁 혹은 전쟁. 인종차별 등이 원인은 되지는 않을까. 이번 뉴욕시 테러만 해도 테러범은 종교적 무장세력과 연관돼 있다. “알라후 아크바르” 테러범이 외친 “알라신은 위대하다”이다. 생포된 테러범. 조사하면 더 나오겠지.

테러범은 세이풀로 사이포브(29). 우즈베키스탄출신. 2010년 추첨 영주권제를 통해 미국입국. 트럼프대통령은 추첨영주권 미국입국을 폐지할 것을 시사했다. 범행에 사용된 트럭 안에서 노트가 발견됐다. 노트 안에는 “IS(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를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적혀있다.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일원임이 드러난다.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 ISIS, 이슬람국가라고도 불린다. 세계를 무대로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꿈의 관광지로 불리는 대도시를 목표로 한다. 2015년 11월 파리. 2017년6월 런던. 2017년 8월 바르셀로나. 그리고 이번 뉴욕이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테러로 희생된다. 그래도 감사의 조건을 찾아야 하나. 슬픈 일이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또 어디까지 천사처럼 착해질 수 있을까. 대자연은 우리를 감싸고 보호해준다. 빛과 공기와 물과 땅이다.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인간이 악마의 탈을 쓰고 사람을 죽인다. 종교에 연계된 악의 세력들. 그들을 지구촌 안에서 꼭꼭 묶어두거나 영원히 지구 밖으로 퇴출할 대안은 없을까.

24시간 365일 공급되는 태양의 햇빛. 그리고 공기와 물. 인간과 모든 생물을 지탱해주는 자연과 땅. 11월 감사의 달을 맞아 그들에게 감사를 돌려본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를 생각해보면 감사보단 분노가 앞선다. 언제나, 이 땅에 무고한 사람들이 이유 없이 죽어가는 일이 없어질까. 슬퍼지기만 한다.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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