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추억이 담긴 음식

2017-10-31 (화) 정미현/머시칼리지 교수
크게 작게

▶ 우리들의 웨체스터 이야기

어릴 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때다. 그래서인지 딸 해나와 한국음식을 먹을 때는 항상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더 노력을 하게된다.

친지들과 문화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항상 나오는 주제가음식이다. 가족들이 즐겨먹던음식, 할머니, 어머니가 해 주시던 그리운 음식, 또 몸이 아플때나, 특별한 행사 때 먹는 음식도 그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미국, 특히 뉴욕에서 일상생활에 접하는 음식만큼이나 다문화 다민족 사회를 더 잘 반영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은 김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연히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공감대가 쉽게 만들어 지는 것 같다. 마치 나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음식은 문화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이기도 하며,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의 음식은 언어 만큼이나 그 가족의 문화적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 방문 때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 갖가지 음식으로 차려놓은 밥상에 놀라고 감탄하면서, 또 맛있게 먹는 손녀를 보며자랑스럽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음식에 담긴 할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어린 손녀가 감탄과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 들였기때문이다.

자기에게 소중한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고, 또 그들이 그 소중함의 가치를 느끼고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어머니께서 우편으로 마른 멸치와 딸이 입을 재킷을 보내 주셨는데, 강한 멸치 냄새가 재킷에 배어서 냄새가 제거된 후 입힐려고 따로 둔 적이 있었다.

며칠이 지난 뒤 해나가 그 재킷을 꺼내 달라고 했는데, 이유가그 냄새를 맡으면 한국에 있는 할머니 생각이 나서 좋다는 것이었다. 그 보라색 재킷을 3년동안 늦가을에 꺼내 입을 때마다,아직까지 냄새가 난다고 하며 행복해 하던 해나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옷과 함께 온 멸치가 보통의 멸치가 아니라 할머니할아버지께서 열심히 손질해서 보내주신 귀중한 멸치라는 것을알기라도 하는 것 처럼.

하루는 해나와 친구들에게 치킨 수프와 밥을 요리해 준 적이있는데, 해나가 냉장고에서 꽁꽁 싸맨 김치통을 꺼내는 걸보고너무 황당해서 다시 넣으라고 하자, 해나는 한국에서는 치킨 수프를 어떻게 먹는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건 삼계탕이라고 설명을 할 시간도 없이, 냄새를 맡자 코를 막고 있는친구들에게, 자신도 처음에는 싫어했지만 자꾸 먹으면 좋아하게된다면서 결국에는 모두 다들 김치를 맛보게 되었다.

음식은 이렇게 나의 가족에게는 한국 문화를 배우고 지켜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억이 담긴 음식은 잊혀질 수가없다.

<정미현/머시칼리지 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