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마운 사람들

2017-10-21 (토) 민다미/갤러리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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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캠핑과 여행을 다니느라 자주 사용한 자동차의 상태를점검하고 엔진오일과 바퀴를 새로 교체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여름방학의마지막 여행을 계획한 날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다니는 운동 수업에 아이를 내려두고 가까운 한인마트에 들러 여행에서 먹을 한국 즉석음식들을구입했다.

마트에서 나오는데 달빛의 반사로인해 엊그제 교체한 자동차의 바퀴가보이지 않았다. 순간 ‘ 이 동네는 밤이 되면 좀 혼자 다니기 무서운 동네였던가?’ 그런 저런 생각들 끝에 얼마전 한인교회의 새벽 기도길에 강도피습 사건을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나며 잔뜩 겁이 났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빛의 반사에의한 착시현상이란 것을 확인한 후헛웃음이 나왔지만 두려움은 마음을불안하게 만들었고,평소 아이를 위해 자주 다니던 그 길이무척 낯설고 어둡고차가워보였다. 아이를 픽업하고 집으로오는데 얼마 못가 차가 흔들리고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엊그제 분명새 바퀴로 바꿨는데,그새 못이 박힌 건가? 싶기도 하고, 누군가 일부러 구멍을 낸 것인지 오만가지 불안한 생각에 천천히 운전을 하며 끝없이 어둡기만 하던 그 길 끝자락에서 환한 불빛을 발견했다.


멈춰 내려서 바퀴를 살피며, 어디에도움을 청해야할지 고민하며 전화기를 꺼내들어 여기가 어딘지 살펴보니그 곳은 바로 소방서였다. 한 번에 불안감이 사라지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곧 사무실에 있던 소방관과 잠시순찰중에 들렀다는 경찰관 한분이내게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잔뜩 겁에 질린 나와 뒷좌석의 걱정 가득한 아이 얼굴을 보더니 맞은편 주차장에 차를 세워보라고 했다.

그러더니 한 두명씩 소방관들이 모여들었고,‘ 여분의 타이어, 혹은 메뉴얼이 어디 있는지, 이 종류의 차는 고쳐본 적이 없다’는 여러 대화 속에서 분주히 여러 가지 장비들을 들고 왔다갔다 했다.

겁에 질렸던 아이는 연말에 타운을돌며 행진하며 소방차에 태워 여러소방장비들에 대해 친절히 알려주던어린 시절 기억속의 영웅과도 같은 그들에게‘ 예전 크리스마스쯤에 소방차를 타본 적이 있고, 핸들도 잡아봤고,호스는 어디에 붙어있는지 기억한다’면서 연신 소방관들 사이를 돌며 도울 것이 없는지 묻고, 힘을 보탰다.

소방서가 있는 동네에서 못이 박힌건지, 오가는 길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을 친절히 물어보고, 바닥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여분의 바퀴를꺼내느라 한참을 실랑이하며 경찰이힘이 센지 소방관이 힘이 센지 농담도 주고받았다.

자신도 세 아이의 아빠라며 아이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아이의 장래희망을 묻고, 초등학생이 가장 힘써야 할부분은 네 방을 스스로 잘 치우는 것이라는 실소를 일으키는 말을 주고받으며 놀랬을 아이의 긴장을 여유롭게풀어주었다. 그리고 지금 배우는 운동열심히 해서 엄마를 지켜줘야 한다고말하며 격려해줬다.

오래도록 사용해본 적이 없어 바람이 빠진 여분의 타이어에 큰 소방차가 출동해 바람을 채워주고, 다음날바로 정비소로 가서 다시 타이어를 점검하라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그 작은 도움으로 나는 커다란 감사함으로, 내겐 참으로 따뜻하고특별한 경험이었다.

<민다미/갤러리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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