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맨하탄 42가 타임스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브로드웨이와 세븐스 애비뉴 일대의 극장과 식당, 샤핑가 지도를 그릴 때 거대한 시멘트 바리케이드와 쇠말뚝을 수없이 그려 넣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타임스퀘어지도가 된다.
타임스스퀘어는 미국적인, 상업도시 뉴욕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장소다. 24시간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고층빌딩 옥외 벽면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가 넘쳐난다. 이 동네에 도로와 인도 경계, 인도의 한복판에 테러방지용 도로턱과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 바리케이드, 두어 사람이겨우 지날 정도로 촘촘히 박힌 쇠말뚝이 십여 블럭 이상 무분별하게 펼쳐져 있다.
차가 인도로 못 올라가게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를 통째로 가져다 여기저기 놓았는데 간혹 맨 시멘트덩어리를 감추고자 갈색 비닐 커버를 덮은곳은 더 엉성해 보인다. 걸음걸음마다줄줄이 놓여 있는 차량진입 방지 쇠말뚝은 티켓 부스에 가까이 갈수록더욱 많아진다.
이렇게 타임스스퀘어 거리 사물 배치 지도가 새로워진 것은 지난 5월18일 뉴욕타임스스퀘어 차량 돌진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뉴욕 브롱스 출신으로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남성이 모는 과속차량이 가장 인파가 붐비는 점심시간에 인도로 돌진하여 행인 1명이숨지고 20명이상이 부상을 당했던 것.
한편 18일에는 유럽연합(EU)이 번화한 거리와 관광객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차량, 트럭으로 행인에게 돌진하는 사고를 막고자 1억 유로를 지원해서 유럽내 공공장소를 재설계 할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장소 안전장애물 설치 개선, 공공보호 디자인 조언,스포츠 문화행사 보호 지원 등등 여러 지원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지난 7월 미국교통안전청(TSA)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4월까지 발생한 전세계에서 일어난 차량진입 테러는 17건으로 173명이 숨지고 667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 프랑스 니스에서의 트럭 돌진 사고, 지난6월 영국 런던브리지 IS 연계 차량진입 사고, 지난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차량돌진 사고, 바로 며칠 전 우크라이나 인도 차량 돌진 사고로 수많은애꿎은 사람들이 죽었다.
지난 주말 러시아의 마지막 황녀‘아나스타샤’ 뮤지컬을 보러가면서 오랜만에 맨하탄에 나갔다가 이 거대한 바리케이드와 쇠말뚝의 홍수에 경악했다. 1997년 폭스사에서 나온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1917년 볼세비키 혁명이 일어나면서발생하는 로마노프 왕조 마지막 황제니콜라이2세의 비참한 가족사를 다루었다. 어두운 실제의 역사 한 부분을따서 픽션을 가미하여 슬프고,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공연이 끝난 늦은 밤, 인근 극장에서 쏟아지는 수천 명의 인파가 타임스스퀘어 관광객들과 함께 타임스퀘어 일대를 뒤덮었다. 다들 쇠말뚝을요리 조리 피해서, 바리케이트와 인파를 헤치고 용케도 걸어가 차를 타고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었다.
인도와 차도 사이를 가로막은 높은바리케이드 위에 올라가서 휘황찬란한 네온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이, 인도 한복판에 턱 하니 자리 잡은콘크리트 덩어리 위에 앉아 음식을먹고 커피를 마시는 이도 있었다.
접근금지, 다가오지 마시오, 오면 다쳐요 하고 말하는 방지턱을 보니 사람과 사람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도이런 거대한 장애물이 하나 가로막힌것 같다. 온갖 테러가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비애(悲哀)의 시대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안전수칙도숙지해야 한다. 폭발음이 들리면 즉시바닥에 엎드린다, 양팔과 팔꿈치를 붙여 폐와 심장을 보호해야 하고 귀와머리를 손으로 감싸 두개골을 보호하라, 폭발이 종료되면 낮게 엎드린 자세로 2차폭발이나 시설물 붕괴를 대비하여 폭발지점과 반대방향으로 대피하라 등등. 이런 것들이 기본 상식이 되었다.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한 이 볼썽사나운 것들이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목표로 한 테러를 방지하고 시민의안전을 위해서라니 더 이상 할 말이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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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