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의 글 쓰기. 엄마가 먼저”

2017-10-17 (화) 나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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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한 달에 한 번 우리 동네의 한국 학부모들이 모여 학교 행사에 대해서 의논하고 가끔 미국 삶에 도움되는 강의도 듣는다. 이번 달은 ‘아이가 글 잘 쓰는 방법’이란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강의 내용은 연습, 모델링, 재미의 3단어로 축약할 수 있었다.

매일 꾸준한 연습으로 글 쓰는 두뇌 근육을 키우고, 그런 연습을 위해 바로 옆에 있는 엄마가 먼저 책 읽고 쓰는 모델링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즐거워야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간호학과를 나왔다. 이과생으로 글쓰기와 거리감 있어 보이지만 지금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대박 소설로 노후를 준비하겠다 말하고 내 말에 책임지기 위해 매일 베껴쓰기나 습작을 한다. 이렇게 매일 쓰는 내 모습을 보고 아이도 연습의 중요성을 약간 깨달아 이제 조금씩 연습을 시작했다.


나의 글쓰기는 초등학교 때 시작했다. 파름문고에서 나온 십 대 로맨스 소설들을 읽고 비슷하게 각색해 소설을 쓰고 어린이 신문에 학교 기사를 많이 투고해 상도 받았다.

하지만 글을 쓰더라도 무언가 재료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데 친정아버지는 항상 그런 재료를 알려 주셨다. 영화를 보더라도 왜 유명한지, 영화 제목에 무슨 뜻이 있는지 설명해 주시는 건 기본이었다. 6학년때는 시를 외우게 시켰지만 먼저 왜 이 시를 외워야 하는지 그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셨다.

그래서 나에겐 글쓰기는 파름문고의 로맨스 소설같이 스릴 있고, 신문기사로 상 받은 기쁨과 르네상스맨 같은 친정아버지의 멋진 모습이 같이 버무려져 있어 달고 푸근하다.

게다가 아버지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지금도 아버지가 예전 동창회에 기고한 글이나 대학시절 청춘의 고뇌가 가득한 멋들어진 글들을 보고 있으면 아버지처럼 글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돌아보니 내 삶에는 이렇게 세미나에서 말한 3가지, 연습, 모델링, 재미가 있어왔기에 지금 신문에 글도 쓸 수 있는 것 같다.

40여 년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이 삶에 있었고 그때마다 글쓰기를 통해서 내 안의 아픔과 힘듦을 내려놓았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땐 역시 글로 다시 정리하면서 두뇌에 지식을 쌓고 식견을 넓혀갔다. 이런 매일이 새롭고 재미있다.

이렇게 좋은 글쓰기를 단지 대학을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닌 진심으로 평생을 같이할 친구로 만나길 추천하고 싶다. 친구가 되는 법을 잘 모르면 먼저 짝사랑을 시작하자. 짝사랑하듯이 매일 생각하고 매일 글쓰기를 시도하면 어느 날 편안한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엄마가 먼저 글 쓰기와 친구하고 그 뒤 아이에게 소개하는 건 정말 쉽다. 이것이 내가 말하고픈 “아이가 글 잘 쓰는 방법”이다.

<나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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