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비극

2017-10-16 (월)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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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종전의 기록을 갈아치우는대형 총기 사건이 라스베가스에서 지난주에 일어났다.

이번엔 너무나도 어마어마한 사건이라 입을 담을 수도 없는 규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친 사람의 미친 짓이라고 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모호하게 흐려놓는 발언을 했다. 그게 그렇게 간단히 말할 문제인가?원래 미국은 총잡이의 나라다. 일찍이 서부 개척시절, 카우보이 총잡이들이 정의를 수호한답시고 마구 쏴대는총탄에 무고한 인디언들과 주민들이파리 목숨같이 죽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범행을 저지른 자(그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 싫다)는대사(?)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수많은 총기를 사들였다. 왜,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그는 이렇게 공을 들여 가을날 컨트리 뮤직 야외 콘서트장에 군집한 평화로운 사람들을대량 살상할 착상을 했을까? 결국 자신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면서 말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걸까? 아직도 그 이유는 오리무중이라고 하니,현대인의 정신상태가 어떻게 이 지경에까지 왔나싶어 소름이 끼친다.

컴퓨터 게임에서 수도 없이 상대방을 죽여야 최후의 승자로 우승하는게임의 연속을 현실에서 실행한 것인가?10대도 아니고 살만큼 산 64세의나이에! 그는 정신 병력도 없었다하니,오늘날 이 세대의 알 수 없는 병적 심리상태가 심히 염려스러워진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비극이 발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죽는 총기사고가 날 때마다, 총기규제법제정이 대두되지만 어느새 흐지부지되어버리고 만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마다 입법을 담당한 의회의원들은 재빨리 머릿속으로 치밀하게계산을 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따라선거구민들의 눈치를 살피고 또 막강한 미국총기협회의 엄청난 금권력과로비에 떠밀려 꼼짝 못하는 상태다.

더구나 놀랄 일은, 이런 대형 총기사건이 터지면 총기 판매량이 증가하고 각자가 자기 호신용으로 더욱 총기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아무리 호신용으로 총기를 지녔다 해도 32층 호텔방에 숨어 자동소총기같이 수 백발을땅을 향해 쏴대는데 어떻게 막는단말인가!이런 일이 줄곧 터져 무고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데도 여태 이렇다 할 법적 조치를 외면하고안이하게 대처한 당국자들이 오히려정신이상자들(madmen)이라고 지적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강력하고도효과있는 총기규제법이 제정되어 더이상 미국이 총기사고 나라의 톱이라는 오명을 면하고 끔찍한 비극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일을 멈추어야할 때다.

아울러 비명에 간 59명의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500여명의 부상자들의 쾌유와 그 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같이하는 마음으로, 속히 평온한일상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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