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스베가스 참사와 선과 악

2017-10-07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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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惡/Evil)이란 무엇일까. 악이란 어떻게 존재하는 걸까. 인간 세상에 악이 존재한다면 무엇을 의미할까. 악은 어떻게 존재하게 됐을까. 악이 난무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누가 악을 이길 수 있을까. 인간의 행동이 악함일까. 아니면 인간이 악일까. 그래도 선함이 악함보다 앞서기에 세상은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선(善/Good)과 악, 혹은 선함과 악함. 선과 악은 형이상학적이다. 논의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 허나 선함과 악함은 형이하학적이다. 실제로 눈에 보인다. 선함과 악함은 판단의 여지가 있다. 심리학자인 마샬 로젠버그는 말한다. 폭력의 근원이 사악함과 악의 개념이라고. 그는 사람은 악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행동이 악을 대변한다고 한다. 라스베가스에서 터진 악함의 행동. 59명이 죽고 5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킬링필드가 아닌 킬링박스였다.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은퇴한 공인회계사. 백인 부자. 스티븐 패덕(64). 수사는 아직도 오리미중에 빠져 있다. 그의 악함의 행동동기와 원인에 대해. 허긴 그가 자살했으니 알아 볼 길이 없다. 그의 동거녀였던 마리루 댄리(62). 필리핀에서 돌아와 수사에 응하고 있다. 패덕은 그녀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보냈다. 댄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기관총을 비롯한 40여정의 총기들. 모두 합법적으로 구입했다. 패덕에게 총기를 판 총기상. 아무런 의심도 안 갔을까.


총과 칼. 사람을 살린다. 반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경찰에게 잡힌 총. 사람을 보호하고 살린다. 의사에게 잡힌 칼. 사람을 살린다. 강도에게 잡힌 총과 칼. 사람을 죽인다. 패덕에게 잡힌 총. 무고한 사람들을 이유 없이 죽이고 부상당하게 했다. 죽은 사람, 부상당한 사람의 가족들. 얼마나 마음 아프랴. 그들의 아픔을 어찌 느끼랴. 패덕은 전문도박꾼이었다. 패덕의 아버지 밴저민 패덕(사망)은? 그는 신용사기, 자동차절도범, 은행 강도였다.

밴저민 패덕의 수사기록엔 사이코패스 성향에 자살가능성이 있었다. 또 총기로 무장한 위험인물이었다. 아버지의 디앤에이(DNA)를 아들이 물려받았나. 악과 악함의 실재가 부자(父子)의 행동에서 발견되고 있다. 인도의 힌두교는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한다. 그러나 이슬람교는 악의 개념이 없다. 유대교도 마찬가지로 악은 실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행동을 통해 악은 존재한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선함과 악함을 택한다.

하지만 기독교는 다르다. 악은 조물주(God)의 성품이나 뜻에 위배되는 행동, 생각, 태도가 악이다. 불교에서도 선과 악은 확실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고통의 원인을 악으로 본다. 그리고 삶에의 행복의 원인. 더 좋은 중생. 업으로부터의 해방. 붓다의 진실하고 완전한 깨달음을 해치거나 막는 것을 사악함으로 보았다.

고대 이집트 종교는 무질서와 폭력을 악으로 해석했다. 폭력과 그에 따른 고통. 라스베가스 총기사고의 결과물이다. 미국의 건국이념은 철저한 청교도정신에 임한다. 청교도정신은 기독교정신에 근거한다. 극우 보수, 기독교인들의 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패덕의 총기난사를 보고 어쩔까. 총기규제를 시행할까, 안할까. 총생산 공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이들의 대변자역할을 하는 총기규제 반대자들.

트럼프의 결정과 행동이 중요한 시기다. 2만2,000여명의 콘서트 청중들. 갑자기 쏟아지는 총탄에 아비규환이 된 콘서트장. 조나단 스미스(30). 목에 총을 맞기까지 30여명의 사람을 주차장 쪽으로 이끌어 구했다. 타일러 윈스턴(29). 40여명의 부상자들을 트럭으로 날라 치료하게 했다. 로리의 남편 잭. 빗발치는 총탄에서 로리를 감싸 안아 구했고 자신은 총에 맞아 죽었다. 선함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들이다.

악(Evil)의 총탄을 몸으로 막은 선(Good)의 사람들. 신(神)도 막지 못하는 총탄 속에서 한사람이라도 더 살리려 했던 진정 선한 사람들 아니던가. 그래, 이런 사람들 때문에 그래도 세상은 유지되고 있음이 아닐까. 라스베가스 희생자 가족들에겐 위로를, 부상자들에겐 빠른 쾌유를 빌어본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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