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지개의 집 쉼터에 올 후임자에게

2017-09-30 (토) 신 민/ 뉴욕가정상담소 무지개의 집 쉼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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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뉴욕가정상담소의 자원봉사자 한 분이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1990년대 초창기 부터 꾸준하고 활발하게 상담소의 발전에 기여해온 건강한 6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그 분의 마지막 뒷모습은 슬픔 이전에 충격이었고 새삼 삶의 소중함과 함께 불확실성을 통감하게 되었다.

세속적인 나는 고인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뒤로한 채 호들갑을 떨며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고 지인들의 안위를 확인하기 바빴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배경 또한 그러하다.


뉴욕가정상담소에서 운영하는 쉼터인 무지개의 집을 선택한 당신이 앞으로 가게 될 길의 모습과 이곳에서 내가 겪었던 소중한 경험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면서 섬김과 성장의 기회를 스쳐 놓치지 않은 당신이 그 행운의 씨앗을 열매 맺게 하는 노력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선 이미 알고 있듯이 무지개의 집은 가정폭력이라는 위기상황을 경험한 여러 여성들과 자녀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심신의 건강을 되찾아 새 출발을 준비하는 곳이다. 다양한 배경의 타인들이 함께 생활하는데서 오는 즐거움과 갈등이 날마다 교차하는 아주 역동적인 곳이기에 당신은 ‘평범치 않은’ 그러나 ‘스페셜’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다문화에 뿌리를 둔 미국이 그러하듯이 무지개의 집에서도 낯선 언어들이 들리고 생소한 음식들이 식탁에 오르고 때로는 설명이 필요한 사고와 행동방식이 존재한다. 풍부한 문화체험과 친교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이 ‘스페셜’한 환경이 어떨 때는 가정폭력 이라는 너무 큰 어려움을 극복한 직후의 우리 쉼터 ‘가족’ 들에게는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일상적인 자연스러움으로 포장된 그러나 감성과 이성의 균형 위에 시의 적절하게 상대에 맞춘 소통이 필요하다. 당신의 선의와 성의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왜곡되어 전달될 때는 세상과 마주해 자신을 비추어보고 들여다보면서 자기수양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한다.

무지개의 집 쉼터에 머무르는 클라이언트 분들이 전문 상담과 여러가지 지원 프로그램에 힘입어 차근차근 방향을 정하고 자립할 준비를 하는 과정속에서 환해진 얼굴을 되찾고 나면 그 밝은 모습이 당신의 깊어진 눈을 통해 넓어진 가슴으로 들어와 자리할 것이다. 꽃길로 접어든 당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신 민/ 뉴욕가정상담소 무지개의 집 쉼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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